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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즐거운 인생" -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2
첨부파일 20170922_103159.png 조회수 2,811

 

출근하던 남편이 내 손에 웬 봉투 하나를 쥐어주고 나갔다. 봉투 속에는 약간의 돈과 함께 짤막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 ‘오늘 서점에 가서 고등학교 교과서 구입해요.

기왕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자를 일이지 포기는 왜 해. 끝까지 해 볼 일이지. 송옥영 파이팅!’ 울컥 뜨거운 게 올라오려 한다. 내가 경제 활동을 접고 늦깎이 공부를 하는동안 혼자 가정 경제를 떠안고도 남편은 그 나이에 공부는 해서 무엇하느냐짜증 한번 안 냈다. 백 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오히려 나보다 더 기뻐해 주었다. 고마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그날 나는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어떤 다이아몬드가 이보다 더 빛이 났을까. ()

 

송옥영(73) 어르신의 목소리가 잠겨 들어갔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극장에서 열린 지금, 즐거운 인생낭독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송 어르신의 낭독이 끝나자 갈채를 보냈다. 사회자가 함께 온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관객석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든다. 편지와 약간의 돈을 주며 공부하라고 응원해 준 바로 그 남편이었다. 사람들은 또 한번 박수를 보냈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지난 829일 센터 모두극장에서 어르신 자서전 발간 기념 지금, 즐거운 인생낭독회를 개최했다. 이날 낭독회는 지난 6월부터 10주차 과정으로 내 인생, 우리의 역사를 주제로 진행됐다. 2017 노인영상미디어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이번 어르신 자서전 쓰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도서출판 이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가 주관했다.

노인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된 내 인생, 우리의 역사라는 제목의 자서전 쓰기 교육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송 어르신 외에도 여섯 명의 글이 더 있다.

김혜숙 님의 아름다운 회혼례를 꿈꾸며를 비롯해 안광자 님의 굴려야 넘어지지 않는다’, 최종우 님의 배울 게 많아 행복한 인생’, 전순기 님의 꽃을 만나 다시 피어난 삶’, 김길자 님의 나는사는 게 즐겁다’, 박경호 님의 부러운 게 없으니 행복할 밖에등이다.

차마 가족에게 말할 수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자서전에 담겨 있어 깊은 감동을 준다. 김영길 원주영상미디어센터장은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앞으로도 노인영상미디어 프로그램을 발굴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원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