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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단체를 만나다 [29] - 소꿉마당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5-28
첨부파일 소꿉마당.jpg 조회수 1,771

공동육아어린이집 “소꿉마당”


소꿉마당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백운정윗길 14-35

T 033-766-0663

 

소꿉마당은 어떤 곳인지

소꿉마당을 처음 알게 된 것이 3년 전이다. 그땐 아파트에 살았다. 아파트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낼 때쯤이 되니, 마음에 걸리는 것이 많았다. 안 그래도 콘크리트 집에서 사는 아이들을, 어린이집까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곳에 보내는 것이 끝내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즈음 아내가 ‘서곡에 산 밑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다’며 소꿉마당 이야기를 꺼냈다. 찾아보니 정말 그런 곳이었다. 아이들이 흙을 파먹고 놀고 있었다(웃음). 간단히 소개하자면 소꿉마당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고, 부모협동어린이집으로 인가받은 곳이기도 하며. 20년이 넘게 유지되어 온 역사가 단체의 저력을 말해 주는 곳이다. 이렇게 생명력이 질긴 교육 단체도 드물 것이다(웃음).
 



20여년 단체가 지속된 원동력 있다면

오래전부터 개인적으로 공동체니, 협동조합이니 이런 쪽에 관심이 많았다. 해외로 탐방도 여럿 다녔고, 2012년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로는 협동조합을 세 개나 만들어 보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체감한 입장이다. 어떤 조합이 잘되려면, 그리고 오래 가려면 기본적인 바탕은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자발성)과 끈끈함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으쌰으쌰 모였다가도 점점 관심이 떨어지고, 한두 번 갈등을 겪다 보면 서로 소원해지거나 원수가 되기 십상이다.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은 결국 주인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데 소꿉마당의 조합원들, 즉 부모들은 선배들과 현역들을 가릴 것 없이 진심과 열정이 남다르다. 각자가 주인이고, 함께도 주인이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주인이다. 지금도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 달려와 주는 선배들이 있다. 이러니 부모들 간에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

 

소꿉마당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거 없다(웃음). 마당에서 놀고, 산에 가서 논다. 많이 먹고 많이 잔다. 이름 모를 풀꽃에 둘러싸여, 노을 지는 모습을 본다. 소꿉마당에 교육과정이란 게 있다면 그런 것이다. 선행 학습? 놀다가도 심심해진 아이들은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어 있다. 우리 아이들도 자기들이 먼저 나서서 한글을 뗐다. 오히려 가르쳐 주는 것이 귀찮을 지경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모들의 교육관이 중요하다.
 



소꿉마당에 장점을 꼽는다면

우선 부모들끼리 행복하다.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새로이 친구를 사귀는 경우가 드물지 않나. 교육적으로든, 재정적으로든 문제가 생겨 부모들끼리 회의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가치관이 얼마나 비슷하고, 또 마음은 얼마나 잘 맞는지. 좋을 때 하는 좋은 얘기야 누구든 할 수 있는 법이고. 오히려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서로의 민낯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때 어떻게 말하고 대처하는지를 보며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야 어디를 가도 행복하고, 금방 친해지고 하겠지만 의심이 많은 어른들은 이런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웃음). 이렇듯 치열한 검증을 거쳐 끈끈해진 사이들이다 보니, 관계가 어린이집 안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활발히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마 다른 어린이집에서라면 불가능한 일이지 싶은데, 소꿉마당에는 ‘마실’ 문화가 있다. 아이들이 이 집 저 집 열심히 놀러 다닌다. 심지어 부모들이 먼저 나서서 그런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아이들을 열심히 먹여 주고 재워 주고 돌봐 준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에서 지내고 있다. 맞벌이 가정들만 ‘긴급 보육’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막상 어린이집에 와도 다른 친구들이 없으니 심심하다. 종일 아이 혼자 있다 가는 경우도 생긴다. 맞벌이 가정은 부모 마음이 찢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그냥 우리 집에 보내세요.’라고 먼저 이야기해 주는 이웃집들이 있다. 이게 소꿉마당이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선물 같은 곳이다.


계획이 있다면

소꿉마당이 20세기에 출범했다. 그때의 어린이집들은 대체로 사정이 열악했지만, 21세기가 된 지 20년째인 오늘날에는 환경도, 시설도, 프로그램도 그럴싸한 어린이집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분명 20세기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여전히 소꿉마당과 같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이 필요하다. 역사가 20년을 넘은 시점에서, 이제는 앞으로의 20년을 꿈꾸고 준비할 때, 다시 또 혁신을 만들어낼 때라고 생각한다. 



글 김이석

도움 주신 분 최석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