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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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jpg | 조회수 | 1,766 |
“작게, 작게 하다 보면 결국 아름다워진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뿌리부터 이야기하자면 처음 시작은 1991년, ‘갈거리 사랑촌’이라는 미인가 가정공동체 복지 시설을 조성하면서부터였다. 흥업면 대안리 갈거리 마을의 오래된 집들을 한 채 한 채 리모델링하여 독거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했다. 같이 농사도 짓고 후원도 받아 생계를 해결하는 구조였는데, 당시 구성원 중 하나였던 노숙인이 원주 시내에 하루 한 끼조차 먹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가 1997년이었다. 갈거리 사랑촌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후원받은 물품 중의 여분을 자원으로, ‘십시일반’이라는 급식소를 차렸다. 무료 급식소로 운영하지 않고, 이용자들에게 한 끼 200원씩의 최소 비용을 받아 어려운 아동들에 대한 장학금으로 활용했다는 것이 다른 곳과 차별되는 점이었다. 십시일반을 운영하다 보니, 자주 오는 노숙인들의 고충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었다. 마침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데 갈 곳이 없으니, 급식소 앞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최소한 얼어 죽지 않을 잠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십시일반을 개설한 지 1년이 지난 1998년. 시청의 허가를 받아 원주역 근처 견인차량 주차장에 컨테이너를 놓고 쉼터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원주 노숙자 쉼터’의 출발이다. 노숙인들의 삶과 한층 더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먹을 수도 있고, 잘 수도 있는 환경을 갖춘 다음에는 다시 자연스레 ‘자립’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사장에 나가든 박스를 줍든, 나름대로 돈을 벌고 있는데도 노숙인들은 항상 빈털터리였다. 가만히 보니, 누구는 신용 불량이어서 누구는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누구는 글자를 몰라서 등등. 여러 모로 은행을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통장을 만들 수가 없으니 돈을 모을 수도 없었다. 그때그때 생긴 돈을 그때그때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숙인들의 자립을 목표로 통장을 대신 만들어 돈 관리를 대행하기 시작했다. 월세방 얻을 보증금만 모으면 노숙인들도 스스로 거주지를 마련하고 자립할 수 있었다. 일단 거주지만 안정되면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술도 끊고, 꾸준히 저축도 하고. 많은 노숙인들의 자립 사례를 겪다 보니, 서비스의 대상자를 한층 더 넓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쉼터 노숙인들 뿐만이 아니라, 십시일반을 찾는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이 미치도록. 2004년. 뜻이 맞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단체를 세웠다. 통장을 대신 관리해 주었고, 대출도 제공했다. 바로 이곳이 지금의 ‘갈거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전신이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금융 서비스들은 엄연히 위법의 소지가 있었는데도 공무원들이 어쩌지 못했다. 취지도, 성과도 너무나 훌륭했기에 다들 문제 삼지 못했던 것이다. 실제로 대출 상환율이 거의 100퍼센트에 육박했다.
사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2016년. 협동조합 형태로만 운영해 오던 미인가 단체를 비영리법인격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새롭게 설립했다. 이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다. (현재 ‘갈거리 사랑촌’이나 ‘십시일반’, ‘쉼터’는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시청으로부터 사업을 수탁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교육은 물론 가계재무 상담과 소액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정식 비영리법인으로서 여러 공모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비슷한 사업을 운영하는 타 지역의 ‘금융복지지원센터’와 비교하자면, 갈거리만의 차별점은 ‘사후관리’를 포함한 ‘통합 지원’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 지원받은 생계비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며칠 만에 지원금을 다 써버리고, 다시 돈을 꾸러 다니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심지어는 지원금이 끊길까봐 일부러 자립하지 않게 되는 사례도 있다. 이른바 ‘복지병’이다. 하여 갈거리에서는 상담이나 교육에서 서비스를 끝내지 않고, 대상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가며 소통한다. 나아가 대출이 필요한 경우 중, 상담을 통해 기존 자원에 연계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병원 치료비로 목돈이 필요할 때, 의료복지사협이나 다른 뜻있는 병원에 연계하여 무료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봉산동 할머니집’이라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임대 지원 사업이 있었는데, 이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청에서 관리하기로 결정되었다. 시청에서 주택을 헐고, 새롭게 증축할 계획이다. 여기서 발생한 부동산 매각 수입은 갈거리 사회적협동조합의 대출 기금과 운영비로 쓰인다.
어려운 점은 없는지 있지만 없다. (웃음) 처음부터 ‘어렵다’는 것을 각오하고 시작한 사업이다. 대부분 예상 범위 안에 있는 애로사항들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이사장으로서 임기가 2년 남았다. 그 안에 인수인계를 확실히 하고, 이후로는 되도록 유유자적 지내볼 생각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갈거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자립이 꼭 필요하다. (웃음) 자립을 지원하는 곳인 만큼, 재정 자립이 꼭 필요하지 않겠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공모 사업 참여는 물론, 시청으로부터 사업을 수탁받아 운영하는 구조도 차근차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자유롭게 한마디 어떤 일을 하든 진정성 있게 시작하되, 그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갈거리의 사업은 이제껏 ‘내 것이 없다’, ‘나 혼자는 할 수 없다’, ‘작게, 작게 하다 보면 결국 아름다워진다’는 믿음으로 함께해 온 것이다. 혹시라도 다른 곳에서 이와 비슷한 조합, 사업 등을 준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작게 시작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 네 것 내 것 따지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거두며, 조금씩 조금씩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결국 아름다워질 것이다. 글 김이석 도움 주신 분 곽병은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