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기록실


[퀸비스토어][원주투데이/0517] 퀸비스토어 정미란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5-18
첨부파일 퀸비스토어_정미란_대표.jpg 조회수 1,336

 

퀸비스토어 정미란 대표

전업주부에서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


퀸비스토어 정미란 대표

"사업하면서 제 이름 되찾았어요"


"이전엔 누구 딸, 누구 엄마, 누구의 아내로만 살았지 제 이름은 없었어요. 지금은 명함을 내밀면서 '퀸비스토어 대표 정미란 입니다'라고 소개합니다. 당연한 일인데 몇 년이 지나도 어색함이 떠나지 않네요."

 

정미란(41) 대표가 지난 3년을 회상하며 내뱉은 소회다. 20대 중반부터 전업주부로 살았는데 지금은 사업체 대표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서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그는 2018년 면생리대·마스크 제조업체를 설립했다. 강원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문을 두드려 퀸비스토어를 창업한 것.  맨손으로 시작해 회사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지금은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협업을 진행할 정도로 내공을 쌓은 상태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인생 대부분을 조용히 살았는데,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동서남북을 뛰어다니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이 때문이었다. 2017년 생리대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 당시 전국 언론 매체가 톱뉴스로 다룰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정미란 대표에게도 이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제 막 초경(初經)을 시작한 아이에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물건을 사 주기가 두려웠다. 고심 끝에 면 원단을 재단해 직접 생리대를 만들어 주자고 결심했다.

 

그는 "공방에서 아이들 옷을 만드는 것처럼 내 아이에게 안전한 생리대를 선물하고 싶었다"며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나도 모르게 사업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정부 허가 없이는 만들 수 없다. 서울지방식약청과 오송 식약처 본청에서 품목허가와 제조허가를 받아야만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줄도 모르고 '왜 공방 같은 데에선 만들 수 없지?'라고 의문을 품곤 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생판 처음 보는 법령이나 전문용어를 이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엄마의 끈기'가 작용했던 탓인지, 일주일에 서울과 오송을 서너 번씩 오가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했다.

 

그러던 중 지인 소개로 사회적기업 설립에 관심을 두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에게 사회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공모사업을 신청했고, 2018년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하기 전에는 신랑이 벌어다 준 돈으로 편하게 살아왔다"는 정 대표는 "회사를 차리고 나니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며 "직원들 월급 꼬박꼬박 주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직은 기반이 부족해 정부 재정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부 사업 심사관 앞에서 사업 아이템을 설명할 때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는 "초창기 중기청 사업 면접을 보러 가면 '지원사업 축내러 왔구나' 하는 평을 면전에서 듣곤 했다"며 "그렇게 곱지 않던 시선이 기술을 쌓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조금씩 인정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떻게 회사를 운영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 지금은 다른 업체들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정부 사업엔 어떻게 참여하고', '바이어는 어떻게 상대하는지' 등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재작년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업해 면생리대에 대한 마케팅 조사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마스크, 요실금 팬티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지만 조금씩 나만의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공헌에도 열심이다. 지역 청소년에게 올바른 생리대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 중년 여성이 폐경에 대한 신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완경(完經)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완경 교육은 벨기에에서 관심을 보일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크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예전처럼 전업주부의 삶을 즐기고 싶을 때도 있다. 정 대표는 "가끔씩은 예전처럼 카페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며칠 전엔 남편에게 조그만 차를 구입해 캠핑이나 다니겠다고 선전포고 했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사실 그의 머릿속엔 사업 아이템으로 가득하다. 최근 중동에서 높아진 면생리대 수요를 보고, 어떻게든 수출을 성사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뜻대로 잘 되면 번 듯한 건물 한 채를 지어 맘 편하게 사업하고 싶다고 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