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기록실


조합원 단체를 만나다 [21] 협동조합 허브이야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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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이야기’로 다시 만난 세계”

 

협동조합 허브이야기

강원도 원주시 운곡로 136 (행구동)

T 070-7787-5238

 

Q​ 허브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허브이야기는 협동조합이자 자활기업이다. 자활기업이란 말 그대로 자활인들이 만드는 기업을 의미한다. 자활기업 허브이야기를 협동조합으로 설립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하자면 개인사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삿짐센터 사업과 교회 봉사로 바쁘게 지냈던 2000년 즈음이었다.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잘 걷지 못하게 되었고, 장작개비처럼 몸이 굳어져 갔다. 병원에서는 머지않아 심장이 멎을 거라며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수술도 포기했을 만큼, 살 수 있는 가망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형제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수술을 받게 되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물론 간신히 생명을 이었을 뿐, 일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니었다. 요양 차 횡성의 어느 교회 수련장으로 터전을 옮겼다. 돌이켜보면 내가 일복이 좀 있었던 것 같다. 푹 쉬러 내려간 횡성에서도 항상 일이 따라다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결국 다시 건강이 악화되었고,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에 원주 귀래의 산속으로 숨어버리듯 이사를 왔다. 이때 밥 한 끼 사 먹을 돈이 없어서 이웃집에 손을 벌릴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까지가 지인의 권유로 생전 처음 지역자활센터라는 곳을 찾아가게 된 배경이다. 먹고 살 길이 그곳밖에 없었다. 센터에서는 예전 봉사 경험을 살려 무료간병사업단에 들어갔다. 이후에는 빨래방 사업단을 거쳤다. 이때는 이삿짐센터에서 운전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던 중 선진 자활기업에 견학을 가게 되었고, 어느 두부 공장에서 영감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써내려 간 사업계획이 바로 지금의 허브이야기다. 사실 횡성 수련장에서 도맡았던 업무가 허브 작목 사업이어서, 허브라고 하면 재배부터 공예, 코디네이터 역할까지 자신이 있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조그마한 땅을 임대하여 사업을 시작했다. 쫓겨나면 다시 땅을 구하고, 쫓겨나면 다시 땅을 구해 가며 사업을 지속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서 정식 법인격이 필요했고, 임의 단체였던 허브이야기를 협동​조합으로 설립했다. 

(참고로 자활기업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지역자활센터의 자활근로사업을 통해 습득된 기술을 바탕으로 2인 이상의 수급자 또는 저소득층 주민들이 생산자협동조합이나 공동사업자 형태로 운영되는 기업’)

 

Q​ 굳이 협동조합으로 법인 형태를 잡은 이유는?

광역자활센터에서 협동조합 설립을 권장하며 적극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수업을 7개월 정도 받았던 것 같다. 협동조합이라고 하면 생산부터 이윤까지, 조합원들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나누는 점이 좋았다. 먹고 살 만큼 벌었으면 그 나머지는 어려운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초기부터 함께했던 사업단 식구와, 지역자활센터 관계자, 지역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조합원이었다.
Q​ 허브이야기의 사업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허브를 차로 가공하고, 유통하며, 판매한다. 그 밖에 비누, 화장품 등 각종 친환경 공예품을 만들고. 최근에는 허브티와 비누 등을 해외 여러 곳에 수출하게 되었다. 체험 학습도 허브이야기의 주력사업이다. 허브의 경우 초기에는 직접 재배하여 생산했지만, 지금은 원주와 고성의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하여 새로운 사업단을 만들고 거기에서 조합에 필요한 허브를 전량 수매하고 있다. 조만간 전북 진안에도 허브를 생산하는 사업단을 만들 예정이다. 허브이야기와 관련된 일자리만 스무 개가 넘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사업이 확장되며 그 이익을 여러 자활인들과 향유한다는 측면이, 허브이야기가 자활기업으로서 대통령상을 받게 된 결정적인 근거였다. 지금은 전국의 자활기업인들이 견학 오는 곳이 되었고.

Q​ 힘든 점이 있다면

지금껏 전국을 돌아다니며 활동했지만, 한국자활기업협회장 오인숙이라고 소개했으면 했지 허브이야기 대표 오인숙이라고 밝힌 적은 거의 없었다. 이제 와서 보면 홍보를 너무 소홀히 했던 게 아닐까 싶다(웃음). 

제도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살펴보자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공공구매 및 재정 지원 등의 정책에서 자활기업에 대한 배려가 너무 적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중 어디 하나 치우치지 않는, 형평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Q​ 벌써 마지막이다. 목표가 있다면?
한 때는 오늘내일 하던 몸 상태로 끼니 걱정하며 살던 내가, 지금은 나눔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전국을 돌아다닌다. 허브이야기를 통해 앞으로도 많은 자활인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고 싶다. 죽는 날까지, 자활기업인으로서.​

 



글 김이석

도움주신 분 오인숙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