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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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20170922_103159.png | 조회수 | 2,815 |
출근하던 남편이 내 손에 웬 봉투 하나를 쥐어주고 나갔다. 봉투 속에는 약간의 돈과 함께 짤막한 편지가 들어 있었다. ‘오늘 서점에 가서 고등학교 교과서 구입해요. 기왕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자를 일이지 포기는 왜 해. 끝까지 해 볼 일이지. 송옥영 파이팅!’ 울컥 뜨거운 게 올라오려 한다. 내가 경제 활동을 접고 늦깎이 공부를 하는동안 혼자 가정 경제를 떠안고도 남편은 ‘그 나이에 공부는 해서 무엇하느냐’ 짜증 한번 안 냈다. 백 점 맞은 시험지를 보여주면 오히려 나보다 더 기뻐해 주었다. 고마웠다. 그리고 미안했다. 그날 나는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어떤 다이아몬드가 이보다 더 빛이 났을까. (…)
송옥영(73) 어르신의 목소리가 잠겨 들어갔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모두극장에서 열린 ‘지금, 즐거운 인생’ 낭독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송 어르신의 낭독이 끝나자 갈채를 보냈다. 사회자가 “함께 온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관객석에서 누군가 손을 번쩍 든다. 편지와 약간의 돈을 주며 공부하라고 응원해 준 바로 그 남편이었다. 사람들은 또 한번 박수를 보냈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는 지난 8월 29일 센터 모두극장에서 어르신 자서전 발간 기념 ‘지금, 즐거운 인생’ 낭독회를 개최했다. 이날 낭독회는 지난 6월부터 10주차 과정으로 ‘내 인생, 우리의 역사’를 주제로 진행됐다. 2017 노인영상미디어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이번 어르신 자서전 쓰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원주영상미디어센터, ㈜도서출판 이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가 주관했다. 노인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된 ‘내 인생, 우리의 역사’라는 제목의 자서전 쓰기 교육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송 어르신 외에도 여섯 명의 글이 더 있다. 김혜숙 님의 ‘아름다운 회혼례를 꿈꾸며’를 비롯해 안광자 님의 ‘굴려야 넘어지지 않는다’, 최종우 님의 ‘배울 게 많아 행복한 인생’, 전순기 님의 ‘꽃을 만나 다시 피어난 삶’, 김길자 님의 ‘나는사는 게 즐겁다’, 박경호 님의 ‘부러운 게 없으니 행복할 밖에’ 등이다. 차마 가족에게 말할 수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자서전에 담겨 있어 깊은 감동을 준다. 김영길 원주영상미디어센터장은 “어떤 영화보다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노인영상미디어 프로그램을 발굴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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