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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단체를 만나다 [32] - 성공회원주나눔의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8-14
첨부파일 성공회원주나눔의집.jpg 조회수 1,664

원주에서 만난 따뜻함, 철학, 연대 “나눔의집”


성공회원주나눔의집 :    원주시 호저면 칠봉로 6-6   /  T 033-732-9122

 

Q ‘나눔의집’을 소개해 주세요

보통 ‘나눔의집’이라고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성공회원주나눔의집’이다. 나눔의집을 소개하려면 먼저 ‘성공회’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성공회란 영국에서 기원한 개신교의 한 교파로, 국내에선 생소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개신교 중 교단 규모가 가장 큰 교파다. 의료선교, 사회선교로 19세기에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 ‘나눔의집’은 1986년, 성공회 신학생들과 평신도 청년들이 서울 달동네에서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만들어 냈다. 야학은 물론 지금으로 치면 지역아동센터 성격인 공부방도 운영하면서, 빈민 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마을 사업들도 추진했다. 이후 인천, 수원, 포​천 등, 지역별로 점차적으로 나눔의집이 늘어갔고 1999년 원주에도 설립되었다. 그런데 원주의 경우 배경이 좀 독특한 편이다. 당시 원주 성공회 교회는 목회자 없이 운영되어 헌금이 남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럴 때 보통은 번듯한 교회를 마련하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YMCA의 강당을 빌려 교회로 쓰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당시 신도들은 남는 헌금을 모아 전세방을 얻고, 운영비와 실무자 인건비를 마련하여 ‘성공회원주나눔의집’을 설립했다. 

여담이지만 ‘나눔의집’ 초창기 설립 구성원들이 소꿉마당 어린이집과 원주 생협의 1세대 조합원들로 참여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다들 남다른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Q​ 현재 나눔의집 사업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첫 번째로 아동청소년 사업. ‘햇살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진로자립센터 때때’, 그리고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없는 아동청소년들을 위해 ‘햇살누리 요셉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운영 중이다. 

두 번째로는 농촌 지역의 소외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 무료로 반찬도 배달해 드리고, 여가 문화 프로그램인 ‘늘봄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농촌 지역 노인 사망 원인들을 보면 자살이 항상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그 우울함을 해소할 길이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도 친구가 필요하고 놀이와 웃음이 필요하다. 늘봄학교에서는 어르신들을 모셔 와 함께 어울려 놀이할 수​있게 한다. 그리고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원주에 한센병 완치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자신들의 병력이 혹여 누가 될까 봐, 완치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만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돌봄의 손길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눔의집에선 이곳 주민들에게 반찬과 함께, 찾아가는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직업소개소 ‘희망나눔터’와 ‘햇살작은도서관’ 등도 운영 중이다.


Q​ 사업들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제일 어려운 것은 일하는 사람들의 준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디디고 있는 땅이 충분히 공유되고 있는지, 앞으로 가야 할 곳이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지, 그곳까지 다다르는 방식은 충분히 합의하여 각자의 개성에도 맞는 것인지… 묻고 또 묻는 작업. 이런 준비가 부족한 채 일을 시작하게 되면, 언젠가는 사업에 치여 에너지가 소진될 수밖에 없다. 
헌신하고 희생한다는 생각만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노동과 축제가 하나가 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주는 사람은 주면서 받고, 받는 사람은 받으면서 주는 관계가 되어야 에너지가 차오를 것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기쁘게 춤추듯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향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이 있다면 ‘농촌노인돌봄사업’이다. 농촌 지역의 어르신들이 거주지에서 최소한의 복지를, 쉽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예컨대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는 빨랫비누 사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일단 가까이에 마트가 없다. 
그렇다고 버스를 타고 나가자니 긴 이동 거리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 경우도 많다. 또 수도꼭지가 고장 났는데 고쳐줄 사람이 없는 등,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거다. 또 수도꼭지가 고장 났는데 고쳐줄 사람이 없다. 예전이야 마을 공동체 안에서 손쉽게 해결될 일들이었겠으나, 이제는 바깥의 누군가는 나서야 할 일이 되었다. 하다못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이 아직 살아 계신지 여부라도 누군가는 확인해야 하지 않나. 장​기적으로는 ‘건강’, ‘경제’, ‘문화’, ‘일상생활’ 등 어르신들이 삶 전반에 걸쳐 통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농촌 공동체의 구축을 지향한다. 우리는 이 마을의 이름을 ’느린마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Q​ 끝으로 자유롭게 한마디
나눔의집이 원주에 있어서 감사하다. 설립 이후 20년을 넘게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원주가 배경이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원주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이 텃밭이 되어 주었기에, 우리가 이만큼 아이들을 키우고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 따뜻한 눈길이 앞으로도 나눔의집을 겸손하고 진실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 주리라 믿는다.​



글 김이석
도움 주신 분 이쁜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