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바 현에서 만난 바람의 마을
지난 10월 31일 부터 11월 3일 까지 3박4일 일정 으로 방문단 14명과 함께 3기 단장 직함을 가지고 일본을 다녀왔다. 먼저 다녀온 분들을 통해 1인 1 실의 노인요양복지시설 등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 시하는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을 갖춘 선진기법의 복지시설이라는 칭찬과 다양한 봉사자들의 활동 등은 우리가 배워 와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접하게 되었다. 출발 일주일 전 지하상가 네트워크 강당에 서 미팅이 이루어졌는데, 김영주 회장님과 송정부 교수님께서 방문취지와 목적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다. 강의를 들으면서 비로소 단순한 견학이 아닌 특별한 사명감이 필요함을 직감하게 되었다. 우선 첫 번째 목적이 ‘협동조합과 사회복지 법인의 새로운 관계모델 형성’이라는 데 주목하게 되었다. 신용협동조합의 지상목표가 ‘복지사회건설’이고 이 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신협 내에서 다양하게 진 행되어왔고, 사회복지법인 역시 지역사회 복지실현 을 위해 다양한 방향으로 활동을 해왔는데 이 양자 가 따로따로가 아닌 하나의 관점을 바라보고 있고 서로 힘을 합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모델 을 찾자는데 신선함을 갖게 되었다. 무한경쟁의 치 열한 금융 각축 시장에서 우리 신협의 가장 큰 경쟁 력과 비전은 신협본래의 근본이념을 토대로 한 새 로운 변화를 시도 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주민참 여형 사회복지서비스 개발’이라는 말에 시선이 멈 추었다. 개인적으로 신협생활 30년 가까이하며 가 장 좋아하는 문구가 ‘더불어 함께’인데 각자도생(各 自圖生)의 시절에 자기를 희생해 가며 스스로 참여 하는 봉사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음인데 일본의 생협에서는 이를 어떻게 개척해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두 가지 목적 ‘이윤추구가 아닌 존엄 돌봄이 가능한 노인요양서비스 모델 추구’ 그 리고 ‘민-관협력(거버넌스)을 통한 지역밀착형 사 회서비스 개발’이라는 목표도 방문 목적에 있어 흥 미를 갖게 했다. 방문단의 구성원도 흥미로웠다. 처 음에는 당연히 우리 네트워크 단체 소속인 임직원 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을 예상했는데 뜻밖에 사회 복지 각 분야 전문가들과 시의원, 도의원까지 참여 하여 이번 방문단의 연수가 의미 있고 뜻깊은 연수 가 되어 감사했다. 일본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방문인데 선입견으로는 무례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의외로 순박 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과 어디를 가든 친 절하고 깨끗이 정돈된 모습은 방문단이 쉽게 안정 을 찾게 했다. 일본 지바현의 사회복지 법인은 크게 ‘노인요양 복지시설’, ‘중증 장애인시설’, ‘보육시설’ 의 세 가지로 분류 된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시설이 많이 있지만 특별한 차이점이라면 이 모든 시설의 중심에 인간애가 가득 담겨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우선 노인요양 복지시설을 들여다보면 요양이 필요 한 노인들을 매일 아침에 모셔와 저녁에 모시다 드 리는 개호 서비스와 중증 치매 노인들이 주거하며 함께 지내는 시설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모든 시 설의 공통점은 사용자 즉, 어르신 개개인의 입장에 맞추어 모든 것이 설계되고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다. 시설의 모든 부분들이 철저히 운용자 위주의 시 설이 아닌 환자 개개인의 눈높이와 편의시설에 맞 춰져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개념이 아닌 인간 개개 인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게 하고 싶다는 것이 주된 목표로 되어 있습니다. 화장실, 목욕시설, 의자, 책상, 이동시설 등등의 다 양한 시설이 세심한 배려와 애정 어린 손길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중증 치매 노인들을 위한 ‘바람의 마을’ 시설은 설계 기초단계부터 환자 중심 으로 설계 되어 신축되었는데 환자들 개개인의 인 격을 존중하여 독실을 사용하게 하며 집에서 사용 하던 용품들을 가져와 시설이 아닌 본인의 집에서 사는 것처럼 느끼게 배려하고, 5~7인이 함께 이용 할 수 있는 단위로 설계해 거실 형태의 다용도 이용 시설을 통해 이 공간에서 한 식구처럼 생활하며 무 료함을 없앨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각 이동 통로에도 편의 시설과 정원이 갖추어져 있어마치 이웃집에 마실을 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이 모든 시설들이 철저히 이용자를 위주로 한 환자 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이 담기지 않고는 생각 해낼 수 없는 시설로 만들어졌음에 감탄할 수밖에 없 었다. 중증장애인 시설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생각 할 때는 중증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되 지만 장애인도 엄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인격체로 서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사 소한 일상 속의 소통만으로도 그들도 사회의 한 구 성원임을 인지하게하고, 삶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 게 해주는 세심한 배려와 간병은 장애인을 바라보 는 우리의 시선방향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 을 갖게 했다. 그리고 보육시설 또한 자연 속에서 자연 그대로를 어린이들이 체험하고 스스로 자립 할 수 있는 의지를 키우게끔 설계되고 가르치고 있 음에 감명 깊었다. 이 모든 시설의 중심이 운영자 위주의 사고보다는 이용자 위주의 사고를 중심으로 하여 설계되고 이 모든 시스템에 봉사를 밑바탕으로 한 주민참여형 복지시스템이 작동되고 관리 된다는 것이다. 이러 한 과정까지는 많은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함인데, 이는 비영리의 사회복지 법인으로 조합원과 주민 들에게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 하며 인간애에 호소한 결과이지 않을까? 이런 시설을 보며 우리도 한 생각만 바꾸면 얼마든 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나라의 요양 시설과 복지시설은 대부분 민간이나 관 위주로 설 계되고 운영되다 보니 수익성과 편리성에만 치중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복지는 수익성을 담보로 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도 개인과 영리법인의 영역이 아닌 사회공헌형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영 리의 협동조합과 사회복지법인이 나서서 조합원과 주민들의 참여형 복지(봉사)를 이끌어 낼 수만 있 다면 정부에서 진행하는 개호보험(요양보험)만으 로도 충분한 운영이 가능함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 전제 되어야 할 것이 참여형 복지 마인드를 우리주변에 전파하고 조성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이끌어 내야함은 우리 네트워크 소속 단 체들의 책임이고 숙제인 듯싶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사회의 구현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 있음을 이번 연 수를 통해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복지사회의 실현이 목표를 세우고 체계적으로 거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내 주변을 애정 어린 눈으로 되돌아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들 여다보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 일본 지바현의 ‘바람의 마을’ 설립과정을 들여다봐도 생협 차원에 서 처음부터 복지법인 설립을 검토했던 것은 아니 라는 것이다. 이케다 이사장께서 생협 활동의 한계 에 머물지 않고, 인간애를 바탕으로 환자의 입장에 서 새로운 시각으로 주변을 되돌아보며 사회복지 에 한 발짝 먼저 다가서서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노 력했던 결과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생협이 생협의 시각만으로 생협 일에만 충실했다 면 결코 현재의 ‘바람의 마을’을 설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훌륭한 사회복지법인이 만들 어지기까지는 ‘바람의 마을’ 설립부지 수십만 평을 선뜻 내어준 조합원 독지가, 그리고 지역 자치단체 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도 중요했지만 생협을 생 협운동에 국한하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 여 사회복지에 관심을 기울인 열정의 리더십이 있 어 가능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원주의 협동조합도 각자의 위치에서 본연의 일에 충실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진정한 복지사회 구현을 위 한 새로운 시각의 접근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생협은 이러한 하나의 시설을 만들기까지는 정 말 많은 시간의 대화와 토의 그리고 소통의 과정을 통 해 얼개를 세우고, 그리고 점검하고 점검한 후 구체적 실행 방향을 설정하여 진행한다고 한다. 우리는 우물에 서 숭늉 찾기란 속담이 낯설지 않은 세상 속에서 매일 빨리빨리를 외치며 산다. 일본의 생협이 단계별로 얼마 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체계적으로 들여다보 며 현재의 우리모습을 반추해 보아야 할 것 이다. 어설픈 복지가 아닌 우리 삶속에 진정어린 복지를 구현 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한 단계 차분히 준비하고, 마음 을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네트워크, 아니 우리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 이 진정한 사회복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함께 고 민하고,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음을 이끌어 낸다면 우리 도 일본 ‘바람의 마을’에 견줄 수 있는 주민 참여형 복지 법인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이번 연수 를 통해 우리 연수단은 원주에서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을 볼 수 있었고, 힘을 얻고 온 뜻깊은 시간이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복지는 꿈이 아니 다. 복지는 현실이다. 우리 주변을 애정어린 눈으로 둘 러보면 복지는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꿈은 원대하게 그리되 지금부터 우리주변을 둘 러보며 원주만의 장점을 살린 사회복지 서비스의 얼개 를 그리며, 자주 만나고, 마음을 모으고, 고민하며 차분 히 준비하여 협동조합의 산실인 원주만의 특화된 사회 복지법인 설립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함 께’하는 복지사회 건설을 위해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주 길 기대해 본다.
글 정용호 원주밝음신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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