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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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나들가게44.jpg | 조회수 | 2,506 |
나들가게4 ‘땡큐마트’ “땡큐마트를 안 믿으면 누굴 믿어” 글.이지은 어제 유튜브로 본 록 밴드 보컬이 곡이 끝나자 ‘땡큐’를 했다. 얼마 전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고 답장을 할 때도 ‘땡큐’를 썼다. 이런 친숙한 단어를 상호 명으로 쓰는 가게도 있다. 단구 초등학교 건너편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나들가게 ‘땡큐마트’다. 새주인을 만난 땡큐마트 “스토리 한마당에서 오신 거죠?” 가게 앞에서 만난 키 큰 중년 남자가 물었다. “하하. 저는 여기 머슴이고요. 안에 들어가시면 대표님이 계실 거예요.” 가게 안 카운터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대표 배은주(53) 씨를 만났다. 그때 스스로를 머슴이라 칭했던 남자를 향해 배 씨가 말했다. “당신도 같이 와서 인터뷰해요.” ‘머슴’의 정체는 다름 아닌 ‘땡큐마트’의 또 다른 대표이자 배 씨의 남편 석봉래(54) 씨다. “아휴, 내가 가서 무슨 말을 하겠어.” 넉살 좋은 웃음을 짓던 석 씨가 배 씨의 채근에 결국 카운터로 왔다. 손님에게 내줄 커피를 타며 배 씨가 말했다. “저희는 2010년부터 8년째 마트를 하고 있어요. 전에 ‘땡큐마트’를 하시던 분이 5년 하시다가 넘겨주신 거예요. 마트 이름은 그대로 두고 주인만 바뀐 거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해요. ‘땡큐’가 어감도 좋고 자주 쓰이는 단어라서 그런가 봐요.” 대형마트 사이에서 살아남기 석 씨는 카운터에 서서 오늘 들어온 귤을 비닐봉지에 나눠 담았다. 인터뷰는 계속 배 씨가 이어갔다. “여기(땡큐마트) 하기 전에도 여기저기에서 슈퍼 운영을 했어요.” 언제 쉬는지 물었다. “마트 특성상 따로 쉬는 날은 없어요. 명절 때도 차례만 지내고 바로 문을 열어요.” 이 말을 듣고 있던 석 씨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명절에도 건너편 대형마트 한 군데는 문을 열더라고요.” 석 씨가 아쉬운 표정을 비췄다. “대형마트가 다 같이 쉴 때에도 건너편 대형마트는 그대로 운영을 하더라고요. 이왕이면 비슷하게 시기를 맞췄으면 좋겠는데… 그럼 저희와 같은 소상공인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석 씨는 대답을 이어가면서도 쉴 새 없이 박스 속 귤을 비닐봉지에 옮겨 담았다. “저희 가게에서 야채랑 과일이 제일 많이 팔려요. 손님들이 다 싱싱하고 싸다고 좋아하세요. 사실이에요. 예를 들어 여기서 7,000원 주고 파는 과일을 저 쪽 대형마트로 가면 7,980원으로 팔아요. 얼마 전에 손님으로 오신 할머니가 여기(땡큐마트)에서 사나 마트에서 사나 1,000원 밖에 차이 안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일종의 ‘가격 말장난’이죠. 따지고 보면 2,000원 차이인데 20원을 쏙 빼서 별 차이 안 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예요.” 남편의 말을 듣고 있던 배 씨가 카운터 앞 과일을 가리킨다. “저 야채랑 과일은 남편이 담당하는데요. 직접 가서 경매본 걸 갖고 와요. 그래서 싱싱해요. 중간 마진 없이 싸게 공급할 수도 있는 거고요.” 석 씨가 잠시 작업을 멈췄다. “저쪽 대형마트에서 ‘로컬푸드’를 판매하더라고요. 그럼 제가 직접 가져온 것들은 ‘로컬푸드’가 아닌 걸까요? 물론 그쪽에서는 무농약이니 생산자 소개 같은 의미가 들어가긴 하지만…” 이번엔 배 씨가 석 씨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로컬푸드’를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자유긴 하지. 우리가 소비자에게 선택 받으려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도 확실한 건 대형마트보다는 우리 가게 야채랑 과일이 저렴하긴 해.” 요즘, 동네마트 할머니 손님이 들어와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곤 들기름 진열 위치를 물었다. 배 씨가 친절하게 들기름 위치를 설명했다. “남편은 야채랑 과일 쪽이고 저는 공산품 진열이나 결제, 물건 받는 걸 담당해요.” 석 씨는 이제 막 귤 분배 작업을 모두 마쳤다. “요새 만들어지는 아파트 보면 앞에 슈퍼가 없어요. 대신 편의점이 들어와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여기 바로 옆에도 편의점 하나가 있어요. 이 동네에서만 10군데가 넘고요.” 땡큐마트는 바로 옆 편의점과의 ‘담배 판매 거리 제한’ 법으로 담배를 팔지 못한다. “저희가 옆 편의점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개의치 않는단다. “그런 것보단 주민 가격 부담이 높아지진 않았을까 걱정이죠. 예를 들어 ‘피처 맥주’ 한 병에도 마트랑 편의점 가격 차이가 1,000원 이상 나요. 만약 편의점 밖에 없는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이라면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입주민들 몫인 거지요.” 부부는 원래 다른 동네에 살다 몇 해 전 가게 바로 옆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 곳 인심이 참 좋아요. 어르신들이 만둣국부터 칼국수, 김치까지 다 나눠주세요. 아, 얼마 전에 부침개도 주셨네요.(웃음)” 마트를 운영하며 힘든 점을 물었다. 배 씨가 말했다. “음… 가끔 물건을 계산하는데 카드를 던지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 조금 힘들고 속상해요. 하지만 항상 웃으려고 노력해요. 이 일을 시작하면서 ‘항상 웃자’가 제 좌우명이 되었거든요.” 배 씨의 말이 끝나자 석 씨가 가게 안 이곳저곳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저이가 가게 일을 다 해요. 이렇게 쓰레기봉투 하나 접는 것도 허투로 하는 법 없죠. 항상 열심히 해요.” 바쁜 석 씨를 위해 배 씨와 남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땡큐, 나들가게 부부의 SNS 상태 메시지는 ‘야채 과일 싸게 파는 집’이다. 최근 야채와 과일뿐만 아니라 고기도 들였다. “나들가게 모임에서 몇 주 전에 막 시작했어요. 고기 팩을 자세히 보시면 판매가가 다 붙어있어요. 정직하게 판매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땡큐마트가 나들가게가 된 건 작년 12월부터다. “아직 1년 채 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혜택을 보고 있어요. 행사 사은품부터 행사 전단지도 지원받았고 냉장고 진열대 형광등도 싹 새로 했어요.” 아직 지원받지 않은 건 ‘나들가게 전용 간판’이다. “우선 작은 간판은 달았어요. 큰 간판은 차차 진행할 예정이에요.” 지난봄에 석 씨는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나들가게 선진지에 다녀왔다. 다녀오라고 한 건 부인 배 씨였다. “남편은 주로 오픈, 마감 때 일해요. 그래서 늦은 밤까지 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죠. 지금도 보셨겠지만 항상 열심히 일하는데 길게 쉬어본 적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3일 동안 가게는 내가 맡을 테니 다녀오라고 했어요.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막상 다녀오곤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의 꿈 배 씨는 고향 경상도를 떠나 남편의 고향 원주에 정착했다. “원주에서 살기 좋아요. 일단 조용하고요. 바다가 있는 강릉도 가깝고, 큰 딸이 있는 대전도 가까워요. 무엇보다 어디서나 보이는 치악산이 좋아요.” 배 씨가 카운터 바로 뒷유리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얼마 전에 추석이 끝나고 둘째 딸이 그래요. 자기가 가게를 볼 테니 아빠랑 나들이 갔다 오라고요. 평창에서 열린 백일홍 축제에 다녀왔어요.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다 큰 딸들과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 다복한 집이다. “얼마 전에 가게를 재계약했어요.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얼마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간이 흐르니 계속 해보고 싶더라고요. 주변에 좋은 사람들 덕분이에요. 얼마 전에는 어떤 손님이 ‘땡큐마트를 안 믿으면 누굴 믿냐’면서 저희 물건을 신뢰하시더라고요. 저희 마트가 계속해서 동네 사람들에게 ‘그래, 맞아. 그 마트 괜찮지.’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저희도 그만큼 더 노력하고 싶고요. 여러 사람들과 항상 웃으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게 꿈입니다.” - 상호명 : 땡큐마트 주소 : 강원 원주시 치악로1524번길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