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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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네트워크_우순자_이사장.jpg | 조회수 | 2,960 |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다 함께 잘사는 세상 “우리가 모두 소비자인데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가 먹고 살 수 있어요? 또 소비자가 없으면 농사꾼이 생산할 수 있어요? 바로 그런 관계다 이 말이야. 이게 없으면 저게 없고, 이게 있으면 저게 있고, 우주의 모든 질서는, 사회적인 조건은 그렇게 돼 있다 이 말이야. 그러니 누구를 무시하고 누구를 홀대할 수 있느냐는 말이지”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어록 중에서 지난밤부터 내리던 비가 심장을 멎을 것처럼 폐부로 쏟아져 들어오던 미세·초미세먼지를 쓸어냈다. 옅은 안개 때문에 미세먼지로 착각할 것도 같았지만 날씨정보에는 또렷하게 미세·초미세먼지‘좋음’이라고 뜬다. 기분 좋은 날이 아닐 수 없다. 모처럼 맑은 공기를 만끽해본다. 협동조합과 인연을 맺은 지 15년여가 흐른 2019년 3월 원주 협동조합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신임 이사장과 인터뷰가 약속된 날이기에 살짝 마음까지 설렌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봄을 몰고 그이가 네트워크 사무실로 들어선다. 엄마처럼 따뜻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살짝 도톰해 보이는 베이지색 코트와 청바지를 입고 그가 등장하자 지하에 자리잡은 사무실마저 환하게 빛이 난다. “주차장에 차들이 꽉 들어차 몇 바퀴를 돌다가 이제야 왔어요. 아마도 시민문화센터 수강생들이 많아서 주차할 곳이 없었던 것 같아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서둘러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 명함이 나오지 않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우순자(53) 신임 이사장이다. 지난 3월 7일 총회에서 네트워크 조직을 이끌어갈 3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어느 자리에선가 그는 “지금까지 네트워크 이사장님들은 남성이 했는데 3대 이사장으로 제가 뽑혔다”며 “엄마와 같은 따뜻한 품으로 네트워크 조직을 품고 가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었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자식들이 결혼해 손주를 낳아도, 엄마 소리를 들으면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운 것이 우리들 마음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으로 네트워크를 품어 안겠다고 하니 마음이 포근해져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네트워크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그는 어떤 소감을 가지고 있을까. “무거운 중책을 맡게 돼 사실 두려워요. 여러 단체를 아우르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왕 이사장직을 맡게 된 만큼 지난 4년 동안 이사로 활동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네트워크 안의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하고 싶어요.” 그가 협동조합을 알게 된 것은 2004년 지인의 권유로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가입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조합원으로 시작했지만 그의 남다른 관심과 애정은 물품생활재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만들었다. “물품생활재위원회라는 곳이 물품선정위원회 같은 곳이었는데 마치 제가 큰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물품을 선정했는데 자부심도 대단했죠. 매장을 꾸준하게 다니고 관심을 가지다보니 ‘이사’ 제안을 받았어요. 재미있게 일을 했습니다.” 이사로 활동하면서 안타까운 현실과도 만났다. 생협이란 곳이 생산자와 생산지를 보호하고 환경도 보호하고, 생명운동도 하는 좋은 곳이었는데 많은 조합원 분들의 인식은 아직까지 그걸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를 봤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매장을 다니고 생산지도 다니면서 정말 재미있게 활동했어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그 안에 있는 것 같았죠.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다함께 잘 사는 그런 세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렇게 멋지고 좋은 원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일부 조합원들은 그렇지 않았고, 출자만 해놓고 물건만 사가거나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조합원 단체 소모임 활성화 2015년부터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협동조합에 대해서도 이젠 베테랑이 됐다. 안정적으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이끌 수 있는 재목으로 선출된 이유이기도 하다. 2003년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로 출발할 당시 8개 단체에서 지금은 40여 개 단체로 조합원 단체들이 늘어난 네트워크에서 이사장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초창기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원주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이어서 알고만 있었어요. 그러다가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본 네트워크는 어딘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모양새였죠. 조금 어수선 했다고 할까요. 사무국도 조금 불안정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체계가 잡혀 안정적인 것 같아요. 이제는 누가 오더라도 흔들림 없이 잘 운영될 것 같아요. 원주생협이 아닌 다른 고민이 생기긴 했는데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저를 다독여 봅니다.” 조합원 단체가 늘어난 만큼 서로간의 소통을 위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네트워크 이사로 활동하면서 대다수의 단체를 알고 있어요. 주로 임원이나 대표 분들을 알고 있긴 하지만요. 올해는 임원이나 대표 분들 말고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과도 소통의 폭을 넓히고 싶습니다. 같은 업종끼리 소모임을 활성화하면 좀 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거죠.”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무실동새마을부녀회장, 여기에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이사장까지 맡게되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하루하루가 바쁜 그가 하는 활동이 돈(?)이 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 그가 밖에서 활동을 할 때 가족의 반응은 따뜻하다. “될 수 있으면 주말에는 밖에 안 나가고 집에 있으려고 합니다. 아이들도 모두 자라 성인이 되었지만 말이죠. 제 나름대로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은 ‘내가 돈이 많아서 지역에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 불쌍한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니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나를 위해서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에게도 정신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이죠. 그러면 이해를 해주는 편입니다. 적극적으로 밀어주지는 않아도 말리지는 않아요.” 권역별 사회적 경제 건물 갖는 꿈을 꾼다 네트워크에서 이사로 활동을 하면서 그는 지역의 많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들의 어려움을 보았다. 그렇게 어렵게 단체를 이끌면서도 임대료와 보증금 등으로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상황을 보고 권역별로 사회적 경제 조직의 건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곤 했다. “임대료와 보증금 등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힘들게 조직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많이 안타까웠어요. 그 비용을 모아 원주의 동·서·남·북에 사회적 경제 조직만의 건물을 가지는 꿈을 꿉니다. 그곳에 다양한 단체들이 들어오고 1층에는 매장이, 각 단체들이 원하는 층에 사무실과 여러 공간을 쓸 수 있다면 임대료와 보증금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겠다는 꿈요. 원주에 그런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이 희망이다 원주가 진정한 협동조합의 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는 그는 정부의 지원에 너무 규제가 많다며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업개발비 등 지원금에 대해 이건 안되고, 저건 된다는 등 제제를 많이 받는 것 같아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실 힘이 들어요. 차라리 금융권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면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고 하지 않을텐데, 그쪽도 사정이 녹록지 않으니 정부 지원금에 목을 메는 수밖에 없지요.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단체들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람은 필요하고, 지역에 뭔가는 하고 싶다 보니 지원금이 필요하고, 그래서 저 또한 괴리감에 빠질때가 있어요. 정부 지원 안 받고 자립할 수 있다면 좋은데 아직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기도 해요. 통제보다는 다른 어떤 합리적인 방안이 나왔으면 하고 바랄 수 밖에요.” 그는 요즘 4월 3일 원주생협 30주년을 맞아 작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올해가 원주생협 30주년입니다. 앞서 원주생협을 위해 애쓰신 분들과 함께 하기 위한 작은 자리를 마련하려고 해요. 어려운 시절 생산자와 소비자가 나뉘면서 갈등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해소가 됐어요. 서로가 같이가야 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원주가 진정한 협동조합 도시로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냐는 물음에 ‘사람’을 강조한다. “사람이 가장 필요한 것 같습니다. 원주는 중간세대가 없이 윗세대에서 정체돼 있는듯한 느낌이에요. 어르신들이 지금까지 끌고 왔다면 중간에서 끌고 갈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어르신들을 만나면 협동운동을 이끌고 갈 사람이 부족하다고 많이 말씀하세요. 안타까워하시면서요. 예전에는 배고픔을 견디면서도 살 수 있는 강한 어르신들이 있었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힘들어해요. 왜 해야 하는가? 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요. 젊은 세대가 이곳에서 떠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그들이 머물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 머물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쪽에도 좀더 관심을 가지고 방안을 강구해야할 때 같아요.”
글·사진 원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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