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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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황둔찐빵길.jpg | 조회수 | 2,719 |
황둔의 찐빵마을을 내려다보다 '황둔찐빵길'
얼마 전에 4월의 꽃샘추위가 치악산에 흰 눈 고깔을 씌우더니 매화꽃, 벚꽃 산수유와 진달래가 밀려오며 겨울은 자취도 없고 그 짧은 봄날마저 느낄 사이 없이 여름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 같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5년의 각고 끝에 1차로 개통한 원주굽이길 열여섯 개의 코스 중에 마지막을 소개하려니 또 한 번 ‘참 빠른’ 시간을 느낍니다. 제16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은 황둔 송계마을로 소야정류장에서 중골을 넘어 서마니 강변을 따라 걸어 황둔 찐빵마을에서 마무리 되는 12.3km의 오르내림이 잘 조화된 생태 탐방형 걷기길입니다. 전국으로 이름난 명산 치악산의 동남쪽 끝자락에 연결된 천연의 그 모습을 간직한 산과 그 아래 평화롭게 펼쳐진 아담한 마을이 눈과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걷기길입니다. 야생화 특히 이맘때면 철쭉이 터널을 이루는 중골 길을 땀 흘려 오르다 보면 눈 아래 시원하게 펼쳐진 황둔의 뜰이 시야를 넓혀줍니다. 잠시 800m 가까운 정상에서 한 숨을 돌리고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생각보다 금세 기암괴석과 푸른 물이 두루미와 백로들의 배경이 되어 한 폭의 동양화를 3D로 감상하듯 신비한 광경을 연출하는 서마니 강변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강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며 영월군 경계인 주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하우스와 강물의 사이를 누비며 걷게 됩니다. 서너 시간의 산행 겸한 걷기가 알맞게 속을 비워줄 때쯤 만나는 황둔 찐빵마을은 그래서 더 고맙게 다가옵니다. 쌀가루를 넣어 찐빵을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제는 미국에도 수출 한다는 찐빵 박사와 그 이웃분들이 만드는 형형색색의 자태와 각양각색의 맛을 자랑하는 다양한 종류를 맛만 보다가도 과식하기 일쑤이고 제게는 추억까지 곁들여 먹는 시간이 되곤 한답니다. 70년대 초 만해도 원주의 중심을 벗어나면 포장도로가 귀한 전형적인 농촌 풍경으로 지금처럼 흔하게 빵집이나 제과점, 가게 등을 발견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을 어귀마다 소박하게 철판에 서툰 페인트 글씨로 ‘영미네 찐빵’이라고 간판을 단 낮은 처마 밑에 까까머리 아이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은 흔한 광경이었습니다. 검은 가마솥을 열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이들 주먹 정도되는 찐빵, 만두를 쪄내어 파는 ‘찐빵집’, 흩뿌린 백설탕 가루가 녹으면서 겉에 싼 신문의 활자가 빵껍질에 그대로 복사가 된 것이 신기해서 웃고, 그 맛에 미소 짓던 그곳. 지금은 찾아볼 수는 없지만, 찐빵이란 말이 주는 추억은 그 시절로 돌아가 잠시 멈추게 하기엔 충분한 것 같습니다. 걷기는 체중 조절이나 건강을 위한 운동임과 동시에 마음과 정신을 운동시켜 동맥경화뿐만 아니라 ‘감성(感性)의 경화(硬化)’도 예방하는 놀라운 효과가 있음을 직접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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