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풍경


일본의 기업조합 아웅과 만나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7-01
첨부파일 일본의_기업조합_아웅과_만남.jpg 조회수 2,578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동지와의 만남​

 

씨줄과 날줄인 너와 내가 만나 짜내는 천은

언젠가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줄지도 몰라.

씨줄과 날줄인 너와 내가 만나 짜내는 천은

언젠가 누군가의 상처를 덮어줄지도 몰라.

씨줄인 너와 날줄인 나, 만나야 할 실에 만날 수 있는 것을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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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지마 미유키, <실> 가사 중​

일본의 ‘나카지마 미유키’라는 가수가 부른 <실>이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이다. 새로운 만남에 설레고 동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어김없이 이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행복이라는 말에는 씨줄과 날줄이 만나 천을 짜내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3일과 4일 일본 동경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조합 아웅>의 임직원 8명이 원주를 방문했​다. 3일 오후, 무위당 만인회의 김영주 고문으로부터 장일순 선생님의 생애와 함께 원주 협동조합운동의 역사에 대한 강의를 듣고, 갈거리 사회적 협동조합을 방문했다. 4일에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를 방문하여 회원조직들의 소개와 더불어 그들을 지원하는 네트워크의활동과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쿱드림 카페와 전시관을 견학 후, 수화더하기, 허브이야기를 방문했다. 가는 곳마다 “우와~ 예쁘다, 멋지다”를 연발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하는 그들을 보면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얼마나 보람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하게 기업조합 아웅에 대한 소개를 해 볼까 한다.
아웅은, 버블 붕괴 후 직장을 잃고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해야 했던 노숙 생활자들이 힘을 합쳐 2002년 기부된 의류들을 모아 시작한 리싸이클샵으로 출발했다.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을 목표로, 리싸이클 샵 이외에도,「심부름 센터」의 사업도 하고 있다. 현재 약 30명(다양한 이유로 실업상태가 된 사람들과 아웅의 일하는 방식에 찬동하는 젊은이들과 중장년층)이 일하고 있다.

2007년, 개인이 평등하게 노동과 경영에 참여하고, 「생명과 삶」을 스스로 지키는 공동사업을 하자는 취지에 맞춰 「기업조합」으로써의 법인 격을 취득하여 사회보험도 완비했다.

한사람 한사람이 주체가 되어 서로를 지탱해 주는 일자리 만들기, 모두가 대등한 관계에 있는 일자리 만들기,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 만들기,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일자리 만들기, 지역에 뿌리를 내린 일자리 만들기… 이것들이 기업조합 아웅의 이념이다.

그런데, <기업조합>이라는 용어가 참 생소하다. 일본대백과전서의 해설을 살펴보면, 기업조합이란, 중소기업 등 협동조합의 일종으로, [중소기업 등 협동조합법(1949년)]에 근거하여, 조합원이 자본과 노동력을 서로 출자하여 사업을 행하는 조합조직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기업조합은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이 스스로 조합 사업에 종사하여야 하며, 조합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자의 반이상은 조합원이어야 한다. 사업협동조합은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의 연합체이지만, <기업조합>은 개인의 협동에 의한 독립 사업체이며, 사회적 약자의 상호부조라고 하는 협동주의를 보다 더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일본으로 돌아간 아웅 직원들이 원주를 방문하고 느낀 점들을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우리 네트워크 회원 조합의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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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의 다양한 협동조합 방문을 통해, 가장 놀라웠던 점은 작은 협동조합도, 큰 협동조합도 [원주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로 묶여 서로 지지하는 구조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협동기금에 의한 재정 지원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운동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경제를 생각하는 교육을 실시하며, 지금까지 쌓아 온 역사를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도 놀랐습니다.우리가 지향하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고립시키지 않는」지역 만들기를 어떻게 발전시켜 갈 것인가, 이번의 방문을 참고하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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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지지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우리 기업조합 아웅도 운영해 왔습니다만, 매일매일의 업무의 바쁜 속에서 목적을 잃어 버리는 것이나, 일반 시장과의 경쟁에서 「서로 지지하는 것」의 한계를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업종이나 단체의 규모 등을 넘어 협력하는 모습에 정말 놀랐고, 저도 이런 사회를 만들고 싶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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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러분이 행하고 있는 첫째로 동지를 만들고, 연대감을 갖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웠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사람들이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이 여러 곳에 퍼져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회적 고립이 없어지지 않으면, 경제적 고립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도 일본에서 매일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의 여러분을 기억하며, 동지가 바다 건너에도 있다는 든든함을 가슴에 새기고 일본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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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웅의 젊은 멤버들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새겨졌습니다. 그리고 방문 멤버 전원이 "희망"을 확실히 가질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기대 이상의 기쁨입니다. 앞으로도 원주에 대해 배우고, 교류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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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이틀간, 말은 통하지 않아도,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들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한국의 협동조합이 한국의 사회운동 속에서 태어나, 지역주민과 단단히 결합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IMF의 위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한 힘은, 이 지역 주민과의 깊은 관계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웅은 작은 단체이지만, 어느 누구도 차별이나 배제되지 않는 사회, 누구라도 생생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한국의 여러분과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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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찐한 이틀간이었습니다만, 제가 특히 놀랐던 것은, 여러분 네트워크의 유연함, 신용협동조합의 존재, 「생명운동」의 근본적인 것을 공유하기 위한 교육이었습니다. 우리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원주에서 실천하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보고 와서,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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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만남, 그리고 한번의 만남으로 우리가 어떠한 천을 짜낼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천은, 우리 이웃의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줄 것이고, 우리 지역의 누군가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국가와 단체의 틀을 넘어, 배제를 낳는 사회를 한번 더 다시 바라보고, 우리가 어떠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다양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 서로 배우고, 사회에 발신해 갈 수 있는 활동을 펼쳐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천혜란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돌봄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