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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시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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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 몸을 담은지 6개월. 조합원으로 일하고 활동하면서 협동조합의 이념과 정신에 부합하고, 추구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45일 간의 일본 오사카 S생협 로컬푸드 연수기회가 왔다
처음엔 어렵고 무거운 느낌이었지만 앞으로 내가 꿈꾸게 될 협동조합의 이상향을 설계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지난달 13일 아직은 낯선 분들과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대 이상으로 이번 연수가 재미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될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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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출자하고, 운영하고, 이용하다.

호텔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일본식 아침 식사를 먹은 후 둘째 날부터 연수의 첫 일정을 시작하였다.

먼저 오사카 S생협의 본부를 방문하여 S생협의 이념과 사업, 운동, 그들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호흡하고 상생하는지에 대해서 듣는 시간을 가졌다. 어제의 설립과 배경, 현재의 활동 및 사업방향, 미래의 추구해 나가야 할 가치(복지사업, 노인일자리 제공) S생협 오카 구미 이사장님 이하 임직원분들의 소개와 토론을 통해 S생협의 역사와 활동성을 배울 수 있었다. ‘모두가 출자하고 운영하고 이용한다는 이념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현재까지 발전해와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근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역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유와 커피를 섞어서 마셔 볼 기회도 있었다. 카페나 편의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기업의 제품이 더 맛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조합원들이 생산·가공하는 우유와 커피의 맛이 더 진하고 고소했다.

이렇듯 맛도 있고, 믿을 수 있는 바른 먹거리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로컬 푸드의 장점이라 본다.

점심식사 또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로 어르신들이 직접 만들어 포장·판매하는 도시락이었다. 고령화 시대에 어르신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맛있고 저렴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순환식 사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익을 나누기 위한 주체가 누구인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어떻게 모색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오후에는 지역민들이 한데 힘을 모아 막아낸 골프장 반대 운동의 경과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자연을 훼손하고 골프장을 설립하면 그곳에 삶의 기반을 둔 동·식물이 사라지는 건 자명한 일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과 동·식물의 사진을 보며 왜 그토록 골프장 설립을 반대하였는지 지역민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현재는 골프장 대신 설치되어 지역의 명물이 된 ‘Harvest Hill’ 공원이 어떻게 운영·관리되고 있는지 견학 목적으로 방문해 볼 기회도 있었다. 인간의 여가 활동과 사업 이익이 전부가 아닌, 자연과 지역민들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사는 지역에도 적용하고 발전시켜 명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교류회는 S생협의 전 이사장인 야마구치 세츠코 씨가 운영하는 ‘Hand Cafe’에서 열렸다. 저녁 식사를 하며 카페의 설립 배경과 운영 방식을 듣는 자리였다. 생협의 물품을 이용하여 맛있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지역 장애인과 고령자를 고용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 및 판매하는 것을 보며 진심으로 하나가 되어 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온 우리의 입맛에도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상생을 가능케 하는 브랜드의 힘

셋째 날은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인 나라 현 고조시에 위치한 왕은당 농업생산법인을 견학했다. 이 지역의 주요 생산물인 매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유통·판매되고 있는지를 눈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까다롭고 복잡한 제조과정을 몇 번이고 거쳐 생산되는 매실을 보면서, 이곳이 왜 일본에서 인정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공장 견학을 마친 후 매실 산지 밭을 보러 이동하였다. 산악지형에 드넓게 펼쳐진 매실 밭이 약 700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는 말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선조들처럼 가내수공업으로 직접 공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역의 특산물을 지금까지도 활용하여 지역 경제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으로 다가왔다.

매실 밭 구경을 마친 후 농유사라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역 음식을 100% 활용한다는 농가 레스토랑이었다. 150년 된 일본 전통가옥에서 먹은 로컬푸드 요리는,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직접 장작을 때어 짓는 밥맛은 정말이지 일품이었고 계절 채소와 함께 직접 담근 간장·식초를 활용한 모든 반찬은 조미료와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단 한 가지 입에 맞지 않는 것은 매실을 가공한 우메보시라는 반찬이었다. S생협 오우치 전무이사님의 설명을 잘못 알아들어, 조금씩 먹어야 하는 것을 한입에 다 먹어버렸던 것이다. 굉장히 짰는데,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애썼던 기억이 난다.

식사를 마친 후엔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져 전통가옥 곳곳을 둘러보았다. 바람이 부는 전통가옥 그늘 한편에 자리를 잡고 가만히 앉아 주변 풍경을 보았다. 뜨거운 날씨였지만 시원한 바람 덕분에 한결 상쾌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가지고 있던 걱정거리를 잠시나마 잊고 자연의 모습에 흠뻑 취했던 것 같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곳에서 하루 묵고,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음식들을 더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가격에 따른 다양한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고, 농산물을 직접 채취하며 농가를 체험하고 숙박도 할 수 있는 팜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어,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왕은당 농업생산법인 사무실로 이동, 도시 소비자와 6차 산업에 관해 왕은당 관계자로부터 강의를 들었다. 왕은당의 사업 방향 및 제품 생산, 가동 일정 그리고 농산물 재배 방법과 현황 등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이 시골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여러 생활협동조합과 연계하고, ‘브랜드가 되어 도시 소비자에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에서 대표님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생활협동조합과 직거래를 하며 재배 방법·재배 기준·가격 결정 등 여러 면을 공유하고 협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농민과 소비자가 어떻게 상생하고 있는지 모범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에서 만들고 지역에서 소비하다  

넷째 날은 다카쓰키 시를 방문해 지자체와 로컬푸드 사업의 연관성·활용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운영 실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카쓰키 시는 오사카 평야 북동쪽에 위치하는데, 원주보다 면적은 작지만 인구는 35만여 명으로 비슷하다. 다카쓰키 시 농림과 과장님으로부터 로컬푸드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설명을 들으며 시 차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 운동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정착시키고 시민들로 하여금 자부심을 갖게끔 하는 정책이 마음에 와 닿았다. 지역의 것을 지역 주민들이 애용한다면,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선순환의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들이 농번기에 모내기 현장에 나가 직접 농부를 돕는 체험 프로그램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농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지역 농산물을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에 이것이야 말로 지산지소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부분이라 느껴졌다. 우리 지역에서도 여러 조합 단체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연을 마치고 시청 근처에 있는 농산물 직매소인 농풍관을 방문하였다. 원주의 농업인 새벽시장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한결 이해하기가 쉽다. 소비자가 지역 농산물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사먹을 수 있어 공공활동의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는 운영 방식이었다. 시내 한복판에 매장이 위치하고 있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같았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내 가족이 먹는 음식만은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지

역 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다카쓰키 시의 정책을 배워 우리 지역의 실정에 맞게 적용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해봤으면 좋겠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다카쓰키 시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환대해 주신 데에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증정하며 우리 일행의 흔적을 다카쓰키 시에 남기고 왔다.

시청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다카쓰키 시의 명물인 고대 박물관으로 이동하여 고분의 발굴 현장 사진과 발굴된 여러 유물을 관람하는 등 문화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실제 유물을 본 떠 만든 조형물 앞에서 설명을 들었고, 뜨거운 햇살 아래라 몸은 덥고 힘들었지만, 박물관 앞에 나란히 게양된 일장기와 태극기를 보며 뿌듯한 마음이었다. 우리 일행이 온다는 소식에 미리 태극기를 준비했다는 말에 짧은 일본어로 감사의 표시를 했다. 하게 웃던 시청 직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은 시간

출발하기 전의 걱정이 괜한 기우에 불과했음을 글을 쓰며 새삼 깨닫고 있다. 나는 지역문화를 발굴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디자인·출판업에 종사하고 있어, 지역 농업 위주였던 이번 연수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수 내내 같은 방을 사용하며 대화를 나눈 농업기술센터 로컬푸드과 조성택 계장님
의 말씀이 떠오른다
. “로컬푸드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판매한다면 큰 홍보가 될 수 있으며, 그 효과는 서혁 씨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크게 다가올 겁니다.” 이 말씀을 듣고 이번 연수에 참여하게 된 것이 앞으로 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관계없다고 생각한 일들이, 나와 접목돼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와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번 연수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여러 단체에 속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이 아닌가 싶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함께 나아가야 할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와 서로의 장점에 대해 공유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시간이야말로, 청년 협동조합원으로서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나에게는 큰 교훈이었으며 희망이었다.

두려움보다는 당당함을, 실망보다는 희망을 항상 마음속에 품으며 우리 스토리한마당 조합원들,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조합원들,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의 여러 시민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우리가 속한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협력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하고 상생하는 협동조합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하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글.사진 방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