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하나 고립시키지 않는 지역 만들기
일본 지바현 생활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 이케다 토오루(池田 徹) 이사장 초청 강연이 지난 4월 9일 원주시청 백운아트홀에서 열렸다. 원주시가 주최하고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가 후원한 이날 초청 강연에서는 ‘누구 하나 고립시키지 않는 지역 만들기 - <바람의 마을> 지역포괄 케어 실천과 이념’을 주제로 이케다 토오루 이사장 특강이 진행됐다. 이케다 이사장이 강연한 한국보다 20여 년 먼저 저성장 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 협동조합의 복지 설립 과정과 운영 방식, 협동조합 중심의 사회복지법인 사례를 통해 복지 도시의 꿈을 꾸고 있는 원주의 비전 내용을 정리했다. 이케다 이사장은 “20년 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역시 초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국가의 현안이 되었다”며 “한국은 일본의 20년 전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994년 일본의 고령인구는 지금 한국과 같은 14%였는데 당시 일본에는 지역마다 많은 생협이 있었지만, 복지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대학을 중퇴한 뒤 20살 때 생활협동조합에 들어갔고 1994년 복지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금까지는 먹거리가 중요한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복지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케다 이사장은 특히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며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 같은 비영리 조직들이 지역 차원에서 연계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이런 것을 ‘사회적 연대의 경제’라고 부른다”며 “지바 시에는 생활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 등 9개의 단체가 모여서 지바그룹을 만들어 사회적 연대의 경제를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케다 이사장의 강연 내용이다.
그동안 <바람의 마을> 복지법인은 고령자들이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돌봄 시설에 초점이 모아졌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안심하고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1억2,700만 명이었던 일본 인구가 2060년이 되면 8,6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는 1960년의 일본 인구보다도 더 적은 숫자입니다. 2060년과 1960년 인구수는 같지만 14세 이하의 아동인구와 15세에서 65세까지의 생산 가능 인구, 65세 이상의 고령인구의 분포를 비교해보면 1960년대에는 일할 수 있는 인구의 수와 아이들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었던 것에 비해 2060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출생율과 사망률의 연간 추계를 보면 출생률은 점점 떨어지는데 비해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세대 구조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1960년에는 65세 이상인 노인이 있는 가정에서 3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44.8%였는데 2028년이 되면 65세 이상의 노인이 혼자 사는 경우가 27%, 노인 부부가 같이 사는 경우는 31%로 늘어나게 됩니다. 가족이 노인을 모시고 사는 구조가 완전히 깨지는 셈이죠. 저는 1994년에 이런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앞으로 협동조합이 할 일은 먹거리 중심이 아니라 고령자에 대한 돌봄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인구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공무원들이 먼저 파악했습니다. 그에 대한 결과로 일본에서는 2000년에 돌봄보험제도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공무원들이라면 지역의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인구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협동조합 진영에서는 미래의 인구변화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정책이 먼저 앞서가는 것보다는 지역의 협동조합들이 먼저 인식하고 깨달아 지방정부와 협력해가면서 고령자와 저출산 문제에 대해 시민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 사회모델을 지향
<바람의 마을>이 지향하는 것은 사회의 모델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회모델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고령자 돌봄과 예우, 아이들을 돌보는 분야에서 수혜자들에게 이익이 되고 최고의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실천해간다는 의미입니다. 2000년에 일본에서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간병보험인 개호보험(介護保險)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주식회사나 이익집단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돌봄 사업에 많이 진출했습니다. 돌봄 사업이 거대한 신(新) 사업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바람의 마을> 같은 협동조합 방식보다 일반 회사에서 하는 돌봄 사업이 규모면에서는 훨씬 클 수 있지만,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돌봄 사업이 일본 사회에서 빛나는 것은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혜택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는데 있습니다. <바람의 마을>이 돌봄 사업을 사회 모델로 만들어낸 것은 18년 전에 ‘특별양호 노인홈’이라는 시설을 오픈하면서부터 였습니다. 개호보험에 가입한 노인이 특별노인홈에 입주할 때 전체 비용의 10%만 부담하면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2000년에 노인홈을 준비하면서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는데 대부분의 위원들은 복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아마추어들이었습니다. 추진위원들이 유일하게 하나의 신조로 갖고 있었던 것은 ‘내가 들어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노인홈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인홈은 4~5명이 한 방에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한 방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사생활을 침해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노인홈은 병원 입원실이 모델이었기 때문에 한 방 안에 침대가 4개 이상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별양호노인홈의 거주기간은 평균 4년이며 긴 경우 10년 이상 살아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네 명이 한 방에서 지낸다고 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말살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병원의 다인실 병상에 입원해 있는데 한 밤중에 소변이 마려워서 침대 밑에 있는 변기를 사용해서 소변을 볼 수밖에 없을 때 옆 침대에 누워서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상해보십시오. 또 그렇게 소변을 볼 수밖에 없는 본인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우리가 만드는 노인홈은 모든 방을 1인실로 만들자’는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복지시설을 운영해온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노인들을 한 방에 있게 하는 것이 외로움을 없앨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노인홈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혼자 들어가는 방이 좋으냐? 아니면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방이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결같이 ‘나는 1인실이 좋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모든 방을 1인실로 꾸미기로 했습니다. 시설을 만들 때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노인홈을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고 운영 방법을 철저하게 공부했습니다. 노인홈 추진운영위원들이 한 노인홈을 방문했는데 목욕탕 앞에서 대여섯 명의 할머니들이 옷을 모두 벗은 채 줄을 서서 자기 목욕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광경을 민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 사회모델을 지향
<바람의 마을>이 지향하는 것은 사회의 모델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회모델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고령자 돌봄과 예우, 아이들을 돌보는 분야에서 수혜자들에게 이익이 되고 최고의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실천해간다는 의미입니다. 2000년에 일본에서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간병보험인 개호보험(介護保險)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주식회사나 이익집단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돌봄 사업에 많이 진출했습니다. 돌봄 사업이 거대한 신(新) 사업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바람의 마을> 같은 협동조합 방식보다 일반 회사에서 하는 돌봄 사업이 규모면에서는 훨씬 클 수 있지만,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돌봄 사업이 일본 사회에서 빛나는 것은 이용자들에게 가장 큰 혜택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는데 있습니다. <바람의 마을>이 돌봄 사업을 사회 모델로 만들어낸 것은 18년 전에 ‘특별양호 노인홈’이라는 시설을 오픈하면서부터 였습니다. 개호보험에 가입한 노인이 특별노인홈에 입주할 때 전체 비용의 10%만 부담하면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2000년에 노인홈을 준비하면서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는데 대부분의 위원들은 복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아마추어들이었습니다. 추진위원들이 유일하게 하나의 신조로 갖고 있었던 것은 ‘내가 들어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노인홈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인홈은 4~5명이 한 방에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한 방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사생활을 침해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노인홈은 병원 입원실이 모델이었기 때문에 한 방 안에 침대가 4개 이상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별양호노인홈의 거주기간은 평균 4년이며 긴 경우 10년 이상 살아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네 명이 한 방에서 지낸다고 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프라이버시가 완전히 말살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병원의 다인실 병상에 입원해 있는데 한 밤중에 소변이 마려워서 침대 밑에 있는 변기를 사용해서 소변을 볼 수밖에 없을 때 옆 침대에 누워서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기분을 상상해보십시오. 또 그렇게 소변을 볼 수밖에 없는 본인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우리가 만드는 노인홈은 모든 방을 1인실로 만들자’는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복지시설을 운영해온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노인들을 한 방에 있게 하는 것이 외로움을 없앨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노인홈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혼자 들어가는 방이 좋으냐? 아니면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방이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결같이 ‘나는 1인실이 좋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우리는 모든 방을 1인실로 꾸미기로 했습니다. 시설을 만들 때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노인홈을 방문해 시설을 견학하고 운영 방법을 철저하게 공부했습니다. 노인홈 추진운영위원들이 한 노인홈을 방문했는데 목욕탕 앞에서 대여섯 명의 할머니들이 옷을 모두 벗은 채 줄을 서서 자기 목욕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우리들은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쩔쩔맸고 할머니들도 무척 당황하셨습니다. 그것보다 더 충격을 받은 것은 그 시설의 직원 분들이 이런 풍경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우리를 안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고령자 개호사업을 할 때는 이용자의 인권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생각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좀 전에 노인홈 추진위원들이 모두 아마추어라고 말씀드렸는데 단 한 명은 예외였습니다. 건물 설계를 담당한 분은 건축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노인 홈을 1인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처음 제안한 사람이 이 분이었습니다. 강연 중에 이분이 ‘인간이 수치심과 자존심을 손상 입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간이 수치심이나 자존심을 손상당했을 때 오는 것이 치매일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물론 수치심과 치매의 상호 연관성에 관해서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인간이 자존심을 상실해버리고 수치심을 느끼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는 방법은 자신을 내던지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것이 ‘치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절대로 그런 상황에 빠지게 하지말자고 마음먹었습니다. 20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들의 기본적인 생각과 철학은 똑같습니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훌륭한 돌봄 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용자 입장에선 협동조합이건 민간기업이 건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이용하기 좋은 조건이라면 어떤 형태로 운영되는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협동조합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신념, 마음가짐, 기술을 향상시켜나감으로써 이용자들이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바람의 마을> 노인홈에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뿐만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와서 커피도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 형태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슬라이드로 보여드리는 노인홈에는 거실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1인실 방이 있습니다. 거실을 7명의 노인들이 공유하면서도 자기만의 방을 갖고 있는 것이죠. 방의 평균 면적이 13㎡인데 입소하기 전 집에서 사용해온 가구를 옮겨와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방을 꾸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이 시설을 완공하고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바람의 마을> 노인홈 시설이 일본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해에 전국에서 9,000여 명이 견학을 왔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바람의 마을> 같은 노인홈이 아니면 허가를 해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한 가지 더 소개해드리고 싶은 것이 ‘유니버설 취업’입니다. 이것은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장애우들이나 과거에 범법 경력이 있는 사람, 장시간 노동이 어려워 단시간 근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취업을 말합니다. 이 사업을 10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현재 심신장애우들과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 형무소에서 출소한 사람 등 60여 명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유니버설 취업은 3년 전에 일본에서 ‘생활공동자 자립지원법’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니버설 취업은 일본 사회에 또 하나의 복지 모델이 되었고, 일본의 복지 정책을 강화시키는 뿌리가 되었습니다.
생활클럽 이나게 빌리지, 지역포괄케어 대표적 모델
지바시는 인구가 100만 명인 도시인데요. 지바시 주택 밀집 지역에 오픈한 이나게 빌리지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 시작했는데 40년이 지나면서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고령화되고 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이 단지는 5층짜리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선 지역이었습니다. 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재건축을 시작했는데 5층 건물을 다 부수고 10층 이상의 고층건물이 건축되면서 여유분의 땅이 생겨 무지개 건물 두 동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한 동의 건물은 3층인데 3층은 고령자 주거지로, 2층은 병원이 있는 노인 보호 서비스센터로 꾸몄습니다. 또 한 동의 건물에는 생협매장과 지역주민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사무실을 갖췄습니다. 최근에 일본에는 ‘지역포괄케어’라는 돌봄서비스 센터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병원에나 요양시설에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가능하면 집에서 여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지역적 차원에서 고령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지역포괄케어’입니다. 지역포괄케어가 시행된 배경에는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압박이 중요한 원인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한 인간이 행복하게 여생을 마치려면 자신이 생활한 곳에서 돌봄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행정당국의 협조를 얻어 지역포괄케어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일본에서 지역포괄케어가 정부의 승인을 받으려면 의료, 돌봄서비스, 주거, 생활지원 등의 요소가 충족돼야 합니다. ‘이나게 빌리지’는 지역포괄케어의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이 가운데 생활지원 서비스라고 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고 예를 들면 집에 전등이 나갔는데 혼자 사는 노인이 전등을 교체할 수 없거나 문틈에 먼지가 많이 끼어있어서 창문을 열지 못하는 경우 소소한 서비를 제공함으로써 자기 집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5년 전에 사꾸라시에서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거나 의사 표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증 심신장애를 가진 분이 집에서 통원하면서 돌봄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시설이 처음 생겼을 때 제가 사꾸라시의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시설에 통원하며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각급 학교 학습시간의 강사로 모셔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이 시설에 통원하는 분들은 말도 못하고 초등학교 아이들이 얘기하는 것을 못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시설의 직원이나 부모들이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본 동경도지사를 지낸 적 있는 이께다 신타로 라는 사람이 시설을 방문해서 중증장애인들을 보고 나서는 ‘이 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 과연 인격이라는 게 있겠냐?’는 발언을 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그 사람을 비난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도 심신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요. 저는 심신장애인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역할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이 분들을 초·중·고 교단에 세우자는 계획이었습니다. 시설 직원이나 부모가 교실까지 동행하지 않고 학교까지만 데려다 주면 학생들이 처음엔 좀 낯설어하더라도 ‘내가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까?’, ‘내 모습이 보입니까?’라고 말을 걸면서 한 사람의 인격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값진 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 측에다가 이 수업은 중증장애인들이 교사가 되는 셈이므로 이 분들에게 사례금을 정확하게 지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장애인 스스로 나도 한 인간으로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끝으로 생활클럽의 ‘안심시스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안심시스템은 각 사업소에 속한 일상 생활권역 전체가 책임을 지고 고립되기 쉬운 고령자, 장애인 등을 지역 주민의 일원으로서 안심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지바현에서는 일곱 군데를 거점으로 안심시스템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복지 사업은 이용자들이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는데, 이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전체가 연대하여 지역민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책임을 진다는 관점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협동조합 같은 비영리 조직들이 지역 차원에서 연계하고 유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것을 ‘사회적 연대의 경제’라고 부릅니다. 지바 시에는 생활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 등 9개의 단체가 모여서 지바그룹을 만들어 사회적 연대의 경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녹취 해제 및 정리 무위당사람들 편집위원회 사진 원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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