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면 힘이 되고 배우면 길이 된다
‘무위당사람들’에서 일을 시작하고 어느덧 다섯 달을 채웠습니다. 하루는 어리둥절하고 또 하루는 어르신들의 어깨 너머를 기웃거리며 지내다보니 벌써 새로운 계절을 이곳에서 맞이하게 됐습니다. 여전히 실수연발이긴 해도 제게 맡겨진 업무에는 얼추 적응을 해나가는 중입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몰라도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자꾸만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단지 업무에 충실한 것만으로 괜찮은 걸까? 내가 정말로 잘하고 있는 걸까?’ 느낌표 대신 물음표만 자꾸 생겨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신규실무자교육’은 좋은 전환점이었습니다. 교육에 앞서 잠시 동안 지난 다섯 달을 반추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아직 무위당 선생님의 사상에 대해서도, 원주 협동운동의 역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제껏 공부가 부족했음을 깨닫자 그간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도 작은 실마리가 보였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 다다르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다양한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고 계셨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 탓에 의욕만큼 대단한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었던 경험 그 자체가 저에게는 연대나 다름없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이 동지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갈거리사협, 원주의료사협에서 전해주신 귀중한 강연들은 저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제가 발 딛고 있는 이곳이 누군가의 사명과 헌신을 밑거름 삼아 지어진 튼튼한 집임이며 무수한 땀으로 일궈진 땅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갈거리사협 견학 때 함께 살펴보았던 자료가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수기로 작성된 장부였습니다. 조합원 한 분께서 매일 찾아와 몇 백 원씩 적립한 내용이 남아있었습니다. 액수는 적을지 몰라도 그 안에 깃들어있는 희망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손때 묻은 장부를 들여다보면서 나의 일 또한 마땅히 그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가자. 여담이지만 저는 학창시절, 공부를 그다지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축에 속했습니다. 암기력이 좋지 못한 탓도 있지만 당시의 저는 왜 배워야하는지 몰랐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름대로 일을 하면서도 그랬습니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늘 괴로웠습니다. 지금도 누가 ‘왜’를 묻는다면 말끔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할 듯싶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배움을 통해 성장합니다. 이번 신규실무자교육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배움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나절 동안의 교육 일정을 마치고 소회를 들어보는 자리에서, 몇몇 분들이 무위당기념관에서의 일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저의 일터가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둘러보지 못한 다른 조합원단체가 궁금해졌습니다. 혹 그럴 수 있는 날이 다시 찾아온다면 일정상 미처 다 걷지 못한 무위당길을 함께 완보해보기도 하고, 다른 분들의 일터에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그 날 만나 뵈었던 동지들의 얼굴과 반갑게 마주칠 그 때를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글 황진영 (사)무위당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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