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되라
지난 11월 4일에 정의평화걷기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는 10월 5일 ‘원주부정부패추방운동’ 4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1971년 5·16장 학회와 천주교 원주교구가 공동으로 설립한 원주문화방송 회계부정 사건으로 촉발된 원주교구 부정 부패 규탄대회는 천오백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가두시위로 이어졌고, 이 사건은 전국에서 부정 부패와 독재정권을 규탄하는 민주화시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원주부정부패추방운동’ 46 주년을 맞아 지학순 주교님의 삶과 정신을 배우고 기억하고자 이 글을 싣습니다.
지학순 주교의 삶
천주교 원주교구 초대교구장 지학순 다니엘 주교 는 1921년 9월 9일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태어났 다. 지학순 주교는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서울동 성상업학교 을조(소신학교)에 입학하였으나 폐결 핵으로 휴학하고 고향으로 돌아 왔다. 1943년 다 시 원산 덕원신학교에 편입하였으나 1949년 북한 공산당 정권에 의해 신학교가 폐쇄되자 두 번에 걸 쳐 남한으로 탈출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에 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1950년 1월 세 번째로 전 광주대 교장 윤공희 대주교와 함께 탈출에 성공하여 가톨 릭신학대학에 편입하였으나 6.25 한국전쟁으로 신학교를 따라 부산에 피난하였다가 국군에 자원 입대하였다. 전쟁 중 지 주교가 속했던 부대가 원주 에 주둔하였을 때 부상으로 입원해 제대하였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지 주교와 원주의 인연은 이때부 터인 듯하다. 지 주교는 전쟁 중인 1952년 12월 15일 부산 대청 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에 의해 사제서품을 받고, 거제포로수용소에서 일선사목 을 시작하여 청주교구에서 사목활동 중 로마 울바 노대학에 유학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였다. 가톨릭신학교 교수 등을 역임하고 부산 초장동성 당 주임신부로 봉직할 때 1960년 처음으로 부산에 서 시작된 신용협동조합 운동에 접하게 된다. 세계가톨릭교회에 큰 변화를 가져 온 제2차 바티 칸공의회(1962.10.11∼1965.12.8.)가 끝나가던 해인 1965년 3월 22일 교황 바오로 6세는 춘천교 구를 분리하여 강원도 남부 조그만 지역에 원주교 구를 설정하고 부산에서 사목하던 지학순 신부를 교구장에 임명하였다. 이 해 6월 29일 원주 원동성 당에서 원주교구 설정식과 지학순 주교성성식과 착좌식이 거행되었다. 원주교구장에 취임한 지 주 교는 사목표어를 ‘빛이 되라’로 정하고 제2차 바티 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사목하고자 하였다. 이로써 원동성당은 주교좌성당이 되었고, 어 성당 에서 지 주교와 평신도인 무위당 장일순 요한과의 만남이 이뤄져 평생 함께하게 되었고, 강원도 최초 의 신용협동조협을 창립하였다. 성당 앞 길 건너 가 톨릭센터에서 원주소비자협동조합을 창립하여, 오 늘의 한살림운동과 생명운동의 터전을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이 성당은 7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 의 중심이었다.
지학순 주교는 가난하고, 억울하고, 고통 받는 농 민, 노동자, 어부, 광부들의 인권신장과 사회 부조 리와 박정희 정권의 부정부패와 독재에 항거하면 서 투옥되는 등 시대의 아픔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 다. 이러한 지 주교의 활동은 그로 하여금 건강을 악화시켰고, 말년에는 교구 내 사회복지시설의 확 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학순 주교는 건강이 더욱 악화되자 교황 요한 바 오로 2세께 그의 후임 주교를 청원하게 되었고, 1990년 11월 19일, 원동본당 출신인 김지석 야고 보 신부를 원주교구장 지학순 주교의 계승권을 갖 는 부주교(副主敎)에 임명하였다. 평전 「지학순 주교의 삶과 사랑 ‘그이는 나무를 심 었다」가 있고, 원주교구에서 발간한 지 주교님 글 모음 「바위틈에 피어나는 꽃순」과 초대교구장 말 씀 「바위틈에 피어난 꽃순과 같은 원주교구」가 있다.
지학순 주교 기념사업
1991년 1월 14일, 김지석 신부는 주교에 성성 되 어 교구의 업무를 총대리하였고, 지 주교가 선종하 는 그 즉시 제2대 원주교구장을 계승하였다. 지학순 주교는 1993년 3월 12일 서울성모병원에 서 선종하여 제천 배론 성지 성직자 묘역에 안장되 었다. 지학순 주교의 저술은 「내가 겪은 공산주의」(3판 발행) 그리고 이제는 절판이 된 강론집 「정의가 강 물처럼」이 있다. 그리고 정의평화기금에서 발행한 지학순 주교의 선종 1주년을 맞이한 1994년 3월 28일 서울에서 ‘지학순 주교 기념 사업회’가 설립 되었다. 이 기념사업회의 명칭은 ‘들빛회’로 변경되 었다가 현재는 ‘지학순정의평화기금’으로 불리고 있다. 역대 이사장(회장)은 이돈명 변호사, 전 광주 대교구장 윤공희 대주교이시고 현 이사장은 인천 교구 김병상 몬시뇰이다. 그리고 서울대교구 김승 훈 신부에 이어 원주교구 최기식 신부가 모든 업무 를 총괄하여 실행하고 있다. 이 ‘들빛회(지학순정의평화기금)’의 설립목적은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 복음적 삶을 살며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 오신 지학순 주교님의 모범적 삶을 귀감으로 삼아 가난하고 고 통 받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 도의 나눔과 사랑의 정신을 실천함을 목적’으로 하 고 있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학순 주교 및 교회와 사회에 공로가 많은 자에 대한 관련 자료 수집, 영상 출판물 제작 및 홍보사업 ▹사회선 교활동 및 소외된 이들을 돕는 국내외 개인·단체의 포상 및 지원 사업 ▹사회사목의 전문 인재를 양성 하는 장학사업 ▹기타 본회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이 회의 설립 취지에 찬동하는 개인 또는 단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이하 정의평화기금)은 1994년 7월 소식지 「정의가 강물처럼」을 창간하여 오늘 에 이르고 있다. 이후 추모작품전, 추모강연회, 추 모소책자 및 비디오 「빛이 되라」 제작 배포, 그리고 평전 「지학순 주교의 삶과 사랑 – 그이는 나무를 심었다.」를 발행하였다. 이 정의평화기금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 ‘지학 순정의평화상’ 시상이다. 이 정의평화상의 공식 이 름은 ‘지학순국제정의평화상’이다. 이 상은 1995 년 7월 ‘정의평화활동에 모범적으로 헌신한 개인이 나 단체에 줌으로써 이 땅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 게 하고,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세우 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하였고, 이 상을 수여하기 위해 별도의 ‘시상위원회’와 ‘심사위원회’ ‘집행위 원회’를 두어 시상 작업을 하여 매년 3월 지 주교 선 종일 전에 시상하고 있다.
이 정의평화상은 각계의 추천을 받아 심사한 결과 노동법 기습 처리에 반발, 총파업을 주도했던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권영길)이 첫 수상자 로 선정하여, 1996년 3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7층 대강당에서 故 池學淳주교 3주기 추모미사 및 제1회 정의평화상 시상식을 갖고 민주 노총에게 정의평화상을 수여하였고, 1998년 3월 8일 ‘외국인 노동자무료진료소 라파엘 클릭닉’에 제 2회 정의평화상을 수여하였다. 이후 이 상의 대 상자를 어려운 가운데서도 그 나라의 사회정의구 현과 인권회복, 환경운동 등을 전개하는 외국의 개 인과 단체를 추천받아 심사하여 시상하고 있다. 2017년까지 총 20회 시상식을 가졌다. 그동안 수 상자들이 속한 국가들을 보면 국내(민노총, 라파엘 클리닉, 소파개정운동),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 도네시아, 홍콩, 버마,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 네 팔, 캄보디아, 태국, 우즈베키스탄, 말레시아, 우루과이 등의 개인과 단체, 국제기구들이다. 한편 이 정의평화기금의 국내 홍보와 회원 확대를 위해 2009년 10월 31일 ‘지구촌 평화운동 서로 돕 기 남산 길 걷기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하기 시작하 여, 2011년 10월 22일부터는 지 주교께서 사목활 동을 하시던 원주에서 ‘故 지학순 주교와 함께 하는 원주 길 걷기대회’를 매년 가을에 개최하고 있다. 지학순 주교 선종 20주기를 맞아 ‘지학순 주교의 영성과 사목 세미나’가 2013년 12월 14일 서강대 내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지학순정의평화기금과 가 톨릭뉴스 지금여기가 공동주최하여 개최되었다. 주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로메로 대주교, 그리 고 지학순 주교의 영성 - 조현철 신부(예수회) ▹지 학순 주교의 〈사목교서〉에 나타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 원회 위원장) ▹지학순 주교와 평신도 운동의 현재 적 의미 - 황종렬 박사(평신도신학자) 등이었다. 원주에서는 평신도 무위당 장일순 요한을 기리를 모임인 (사)무위당사람들이 이해 2월 20일부터 4 주간에 걸쳐 중앙동 밝음 신협 2층 강의실에서 '정 의가 강물처럼'이라는 제목으로 지학순 주교 선종 20주년 기념 특별강좌를 진행했다. 주제는 ▹지학 순 주교와 정의구현사제단(20일 함세웅 신부) ▹ 지학순 주교의 생애와 사상(27일 최기식 신부) ▹ 지학순 주교의 농촌개발사목(3월 6일 김병태 전 건 국대 교수) ▷한국민주화 역사 속의 지학순 주교(3 월 12일 김정남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었다. 이 정의평화기금은 특별히 조성된 기금이 없어 회 원들의 회비로 그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고, 독지가 의 도움을 받아 정의평화상을 시상하는 등 어려움 이 많은 가운데서도 꾸준히 지 주교님의 정신을 계 승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리 무위당사람들 편집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