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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지학순 주교 선종 26주기[2] 제22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03
첨부파일 지학순_주교_선종_26주기_1.jpg 조회수 2,839

 

13세 소녀, 꿈을 이루다


지학순정의평화상

(사)지학순정의평화기금은 지학순 주교님의 정의와평화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1997년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제정했다. 세계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활동가와 단체들을 대상으로 매년 심의과

정을 거쳐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인권 평화운동에 관한 권위 있는 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해 22회째인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지난 시상식과 달리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국내 단체에게 시상하기로 결정했다. 심사과정을 거쳐 일제 강점기에 천인공노할 고통을 당하고 힘든 세월을 사시다가 용기 내어 전쟁반대와 전시 성폭력에 저항하는 활동을 해나가셨던 고 김복동(1926~2019)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 라파엘 클리닉, 로잘린 코스타(Rosalne Costa, 인권운동가, 방글라데시), 이부 술라미(lbu Sulami, 인권운동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정의평화위원회(인권기구, 파키스탄),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운동(시민단체, 한국), 아시아 민중진보센터(인권단체, 홍콩), 영치우(Yaung chi Oo))노동자연합(인권단체, 태국), 캐티 젤베거(Kathi Zellweger, 홍콩까리따스 소속, 스위스), 살라이 툰 탄 박사(Dr. Salai Tun Than), 필리핀노동자지원센터(노동자지원센터, 필리핀), 룩산 페르​난도(Rukshan Fernando, 인권운동가, 스리랑카), 자노다얌(Janodayam) 사회교육센터(인권단체, 인도), 아준 칼키 박사(Dr. ArjunKarki, 인권운동가, 네팔), 캄보디아 지뢰금지운동(CCBL, 인권단체, 캄보디아), 넬레스 테베이 신부(Neles Tebay, 인권운동가, 인도네시아), 윌래완 새티에(Wilaiwan Saetia, 노동운동가, 태국), 우즈베키스탄 인권연합(인권단체, 우즈베키스탄), 사라왁강(SAVE Rivers) 살리기 네트워크(환경운동단체, 말레이시아), 국제가사노동자연맹(가사노동자운동단체, 국제기구), 일본 헬기기지반대협의회, 김복동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평화인권운동가, 한국) …

 

김복동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

1997년부터 2019년까지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은 수상자와 단체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은 세계 각국에서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활동가와 단체들을 선정, 매년 상금과 상패 등을 전달한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들빛회’는 3월 13일 서울세종호텔 3층 세종홀에서 시상식을 열고 상패·메달과 함께 상금 2,000만 원을 전달했다.

1926년 경남 양산에서 6녀 중 넷째 딸로 태어난 김복동 할머니는 15살이던 1941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연행됐다. 중국 광둥성과 홍콩, 수마트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자바, 싱가포르등지에서 5년 동안 일본군의 성노예로 고초를겪었다. 싱가포르에서 해방을 맞아 미군포로수용소에서 지내다 귀국했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이후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여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운동에 적극 나섰다. 2012년에는 길원옥 할머니와 함께 세계전쟁피해여성을 돕기 위한 ‘나비기금’을 제정했고, 2017년에는 미래세대를 위한 지원과 전시 성폭력 피해자 연대를 위해 ‘김복동평화기금’을 만들어 평화를 위해 애썼다.

정의기억연대는 1988년 이후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제기해 오던 37개 여성단체와 연합해 1990년 11월 16일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로 출범했다. 이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 인정과 공식적 사과, 진상 규명, 희생자를 위한 위령비 건립, 생존자와 유족에 대한 배상, 역사 교육 등을 요구하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1991년 8월 국내에서 첫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의 공개 증언이 있은 후 피해자 신고전화가 설치되었고 이후 김복동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속속 등장하자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구체적 활동을 시작했다.

정기 수요시위를 포함한 활동과 함께 피해자​ 지원 사업, 교육사업, 국내·외 단체 연대 사업, 기림 사업을 강화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향한 활동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부설기관으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을 세워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올바르게 기억하도록 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시대의 정의를 세우는 과정

유경촌(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티모테오 주교는 이날 시상식에 참석해 “오늘의 이 수상이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대표님을 비롯한 많은 활동가 가족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 할머니의 생전 소망대로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오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김복동 할머니와 정의기억연대가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하는 것은 시대의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며, 정의를 위한 부단한 걸음에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윤미향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수상의 기쁨을 세계 무력분쟁 지역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희망이 되게 하겠다”며 “김복동 할머니께서 원하시고, 또 우리 운동이 추구해왔던 것처럼, 오늘의 이 수상의 기쁨을 여전히 세계 곳곳에 계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성폭력 피해를 입고 아파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활동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13세 소녀의 꿈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자주고름 입에 물고 눈물 젖어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사람아

 

13살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는 길원옥(91)할머니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세종홀에 흘렀다.

고 김복동 할머니와 동고동락했던 할머니는 얼마 전 평생소원이던 가수의 꿈도 이뤘다.

할머니는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복동 할머니를 대신해 정의기억연대와 함께 시상대에 섰다. 할머니는 그저 ‘감사합니다’란 짧은 말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꽃 같던 13살 소녀는 돈 벌게 해준다는 소리에 머나먼 타국에서 일본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됐지만 이제, 조금씩 웃게 됐다. 시상식에서도 할머니는 연방 미소를 지었다.



글 원상호 사진 원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