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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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김종희_원장.jpg | 조회수 | 1,947 |
마을의 주민인 건강반장과 함께 새로운 원주 건강돌봄생태계를 꿈꾼다 원주는 협동조합의 메카라고 회자된다. 그 이야기에 정작 원주의 협동조합 활동가들은 주저함을 보이곤 한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질병은 아픔을 홀로 감당 하는 상태’이며, ‘건강은 아픔을 중심에 두고 자기를 극복하는 힘’이라고 한다. 그런데 협동조합의 메카를 말하기에 앞서, 원주는 협동조합이 아프다고 한다. 이 아픔에 우리는 어떤 협동 처방을 준비해야 할까. 관념적 협동이 아닌 피부로 느끼는 주민 참여는 부재하고, 지자체와 협동조합이 주민의 삶의 과제를 대신 해결해준다고 주장해 오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보자. 협동조합의 아픔은 협동의 주체인 주민의 참여가 빈곤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주민을 삶의 주체’로 초대하는 새로운 협동을 모색해보자. ‘그래’ 동의한다고 머리를 끄덕이더라도, 그 추진동력의 발걸음은 무엇일까에 우리는 또다시 주저하게 된다. 건강반장에서 새로운 주민 참여와 협동의 씨앗을 본다. 원주의료사협은 2018년 부터 어르신 건강반장1) 활동을 진행해 왔다. 어르신 건강반장은 원주의 마을 곳곳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주민이다. 평범한 주민인 건강반장은 이웃 주민의 건강 안부를 묻고, 고립된 주민을 발견하고,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자각하는 마을 건강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원주의료사협은 건강반장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활동교류 집담회를 열고, 건강 의학 교육을 지원하고, 방문의료활동을 건강반장과 함께하고 있다. 2018년 마을 1곳에서 3명으로 시작한 건강반장은 2020년 3년 차에는 8곳에서 22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 마을도 하고 싶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마을이 3곳 더 있다. 지금과 같은 참여 의지와 확대를 고려하면 원주의료사협의 건강반장 활동은 새로운 도약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반장 활동의 내용을 넓히고, 원주시 전역으로 확대,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건강돌봄생태계 연대체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협동조합에서 바라보는 돌봄 : 우리 모두 고립된 주민이다> 기획 강좌에서 ‘방문의료 사업으로 주민의 건강돌봄 안전망 넓혀가기’ 참여형 강의를 진행하였다. 방문의료, 건강반장, 돌봄수다회라는 세 가지 핵심어를 강의내용의 축으로 삼았다. 참여형 강의에 참여한 이들은 강의를 나와 이웃의 삶을 이야기 나누며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돌봄수다회’로 발전시켰다. --------------------------------------------------------------------------------------------------------------------------------------------------------------------------------------------------- 1)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노인일자리를 활용하여,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건강안부와 일상적 마을건강활동을 원주의료사협의 방문의료와 연계하여 진행 중이다. 참가자들은 ‘움직이는 마켓’을 통해 고령이 되어 도시로 나오기 힘든 유기농 생산자 1세대의 마을을 돌며 먹거리 공급과 마을 돌봄을 해보자 하고, 장애인만이 아니라 고령자들도 거동이 불편하여 독거노인의 고립이 심해지니 전동차를 저가에 공급하는 이동권 사회기금을 만들자 하고, 주민을 찾아가는 가스 점검원과 야쿠르트 아줌마를 건강파수꾼으로 연대하자고도 한다. 모든 제안을 관통하는 핵심은 주민의 삶터, ‘마을 그곳’에 있다. 참가자들이 건넨 이야기에서도 건강반장을 통한 주민 건강돌봄생태계의 현장 욕구를 느낄 수 있었다. 왕진가방에는 의료인과는 달리 ‘어르신의 이야기가 흘러가게 하는’ 인지활동 도구와 어르신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담자고 제안한다. ‘마을 그곳’에 건강반장이 있고, 마을 중심의 ‘돌봄 수다회’를 통해 돌봄과제를 함께 해결해가려는 힘찬 발걸음들을 느낀 시간이었다. 지자체와 단체에서 운영하는 건강리더 또는 건강지도자도 있다. 건강반장과의 차이는 ‘마을 그곳’의 삶터에 뿌리를 두기보다는 기관에 두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마을 그곳’을 방문하는 외부인의 활동만으로는 마을건강의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주민간 협동을 이끌어내기도 어렵다. 어르신 건강반장에서 시작한 건강돌봄활동이 사회적경제의 중장년과 청년들의 건강반장 활동으로 확대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건강반장을 통한 세대 간의 협연(협동의 인연)이 만들어지는 것을 상상해본다. 원주의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건강반장들이 발견한 생활 속 건강돌봄 욕구를 함께 해결해가는 동반자이자 촉진자가 될 수 있다. 중간지원 조직이 아닌 ‘마을 그곳’에서 중간 활동가로서 연대하며 공동체의 힘을 키워가자. 그래서 마을 곳곳에서 일하는 건강반장 1,000명이 발견한 생활 속 건강돌봄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성장하는 새로운 ‘원주 건강돌봄생태계’를 꿈꾸어 본다. 그렇게 건강반장을 통한 협동의 순환을 이끌어내는 것이 협동조합의 도시 원주의 힘이지 않을까. 그 시작은 한 사람의 아픔을 발견하고, 그 아픔을 함께 해결해가는 공동체의 힘에 있다. 그 한 사람의 아픔과 극복이, 곧 원주 건강돌봄생태계의 전부이자 존재이유 일 것이다.
글 김종희 원장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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