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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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김이석_.jpg | 조회수 | 1,964 |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언어가 가닿을 때까지
안녕하세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에서 협동조합 설립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이석입니다. 원주로 이사를 온 지는 3년쯤 됐습니다. 나이는 서른 여섯이고, 개 한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고, 하루키의 작품은 소설보단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이전에도 협동조합에 있었지만 ‘사회적경제’라는 말은 작년 4월 1일 네트워크에 몸을 담은 이후 난생처음 입에 담아 보았습니다. 그런 제게, 업무 시작 첫날부터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해주시는데 차마 모르겠습니다, 라고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서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라는 김기섭 박사님의 책을 추천해 드리거나, 거기 나와 있는 말을 기억나는 대로 주워섬겼습니다. 요즘은 (부끄럽지만) 저는 그런 거 잘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입사는 만우절에 했지만, 그래도 교육은 진실하게 임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서예로도 유명하신 무위당 선생님이 군고구마장수의 글씨 ‘군고구마’를 보고 감탄하셨다는 일화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옳은 말을 하다 보면 누가 자네를 칼로 찌를지도 몰라. 그럴 때 어떻게 하겠어? 그땐 말이지, 칼을 빼서 자네 옷으로 칼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은 다음 그 칼을 공손하게 돌려줘. 돌려주며 ‘날 찌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고생했다’고 그 사람에게 따뜻하게 말하라고. 거기까지 가야 돼.” 라고 하신 말씀은 특히 여러 번 인용하고 다녔습니다. 선생님은 암으로 입원하셨을 때도 ‘투병’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대신 서화로 자주 남기신 말씀이 ‘혁명은 보듬는 것, 혁명은 생명을 한없이 보듬는 것, 온몸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입에 담으면서 그 말씀에 몸까진 담지 못한 형편이지만, 적어도 이쪽에서 먼저 저쪽을 찌르지는 말자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사실 칼싸움은 무서우니까, 굳이 네 편 내 편 가리지 말자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방 찔리게 된다면, 상대를 보듬어 주진 못하더라도 복수까진 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이게 잘 안 되니 곤란할 뿐입니다. 자꾸 내가 옳고 그 사람은 틀린 것 같고, 자꾸 그 사람이 밉고 나는 괴롭고 그렇습니다. 한없이 보듬는다, 한계 없이, 경계 없이 품어 안는다…… 참 좋은 말이고, 좁쌀 한 알 같은 이 좁은 가슴으로 품기에는 아까운 말인데, 이 자리를 빌려 (공개적으로 금연을 선언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가슴에 담아 봅니다. 좁쌀 같은 가슴이나마 따뜻한 온도로 살아보고 싶다고. 벼린 칼날 대신 좁쌀 한 알 품고 살아보자는 분들 계시다면, 이쪽 편 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김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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