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7-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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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포맷변환]20170926_104937.jpg | 조회수 | 3,533 |
사회복지법인 생활클럽 바람의 마을이 추진하는 복지사업을 이틀간 견학으로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규모가 엄청나다. 지바 현에 걸쳐 80여 사업소가 있고 1,600명의 실무자가 4,000여 명의 주민에게 다종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도 장대하다. 1976년 설립된 생활클럽지바생협과 이를 모체로 한 사회복지법은 태어난 아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안심하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활동을 40년 넘게 지속해왔다. ‘먹거리, 에너지, 복지가 자급·순환되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 실천해온 생협운동의 선배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연수 기간 통역을 맡아준 선생님이 일본 생협의 복지사업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일본은 복지를 철학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은 기능으로, 한국은 비용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복지를 철학으로 접근한다는 말의 깊은 뜻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다행히 인간 존엄의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사쿠라시에 있는 중증심신장애자 통소시설을 방문했다. 높은 천장, 충분한 환기와 넓은 창문이 있는 훌륭한 시설이었다. 소장에 따르면 20명 정원이고 1세 반부터 47세까지 각각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통소차량으로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스스로 표현하거나 움직일 수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1대1로 지원하고 있었다. 소장은 연수 참가자들을 방으로 안내해서 들어가더니 바닥에 무릎을 끓고 앉았다. 통로에 서 있던 우리도 따라서 앉았다. 중증장애인분들은 누워있었지만 케어 담당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적당한 눈높이에서 우리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소장은 장애인분들을 충분히 배려하면서 우리들에게 인간 존엄의 복지서비스를 보여주었다. 데이서비스, 단기케어서비스, 특별양호노인홈, 중증심신장애자 통소시설, 어린이집, 아동그룹홈, 장애인작업장, 방과 후 케어서비스, 다중채무자 상담, 유니버셜 취로 등등 인간이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와 복지 수요에 대응해서 활동과 사업을 만들어온 노력이 존경스럽고 현재 도달해있는 복지 수준이 부럽다.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복지 시스템은 아직 촘촘하지 못하고 인간 존중의 철학이 견고하게 관철되고 있다 고 자신할 수 없다. 국가와 시장이 주도하는 복지로는 충분할 수 없다. 한국의 생활협동조합운동은 40여 년 전 먹거리 안전과 국내 농업기반 보호라는 필요와 염원에서 출발했다. 안전한 먹을거리 에 관한 사회적 공감을 형성했고 나름 규모화된 생산-물류기반 과 이용자 관계망을 구축했다. 동시에 한국 사회는 저성장과 경기침체, 저출산과 고령화, 취업난, 가족 해체 등등 생활 전반의 위기가 점차 심화되어왔다. 원주생협은 조합원들이 부딪치고 있는 생활의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일본 생활클럽생협이 그랬던 것처럼 조합원의 필요와 염원을 모으고 지역 시민사회와 협력해서 작은 일부터 가장 급한 일부터 시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먹거리, 복지가 자급·순환되는 생명 원주를 꿈꾸는 염원의 결사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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