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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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원주에사는_즐거움.jpg | 조회수 | 1,623 |
“나 때는 말이야~” 나눌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 글·사진 박용숙(편집위원) 현장취재 사랑과 나눔의 공동체 성공회나눔의집 나들이하기에 참으로 좋은 화창한 날이었다. 성공회 ‘나눔의 집’에서 가정결연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할머니들을 모시고 춘천으로 꽃구경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나서기로 했다. 오전 10시, 나눔의 집 사무실에 들어서자 가정결연과 홈 핼퍼 사업을 맡고 있는 정종숙 선생님이 반
갑게 맞아주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성공회 교회에서 나들이 가서 먹을 밥과 반찬, 음료수, 과일, 떡
을 챙겨들고 교회 버스에 오르자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 세 분이 차에 올랐다. 오랜만의 나
들이에 밤잠까지 설쳤다는 할머니 한 분은 직접 만든 가방과 꽃장식이 달린 모자까지 꺼내 보이시며
잔뜩 부풀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 날, 성공회 김경현 신부님은 나들이의 운전기사가, 정종숙 선생님은
차안에서 지루해 하실 할머니들의 말벗이, 나는 사진사 겸 도우미 역할을 맡았다. 10시 30분, 드디어
즐거운 나들이를 위해 버스가 움직였고 정지뜰과 태장동을 돌아 할머니 두 분을 더 태운 뒤 본격적인
춘천행이 이루어졌다. “오늘 나들이를 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건강이 좋으신거예요. 대부분 가정결연
으로 맺어진 분들은 몸이 불편하여 거동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나들이는 엄두도 못내요. 그분들을 다 모시고 가면 좋기는 한데 그러려면 도우미들이 많이 있어야 해요.
그것이 쉽지 않아서 오늘은 그냥 소박하게 몇 분만 다녀오기로 했어요.” 교회재정의 절반은 이웃사랑 운전을 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는 김경현 신부님. 1999년 ‘교회 재정의 절반을 이웃을 위
해 쓰자.’는 다짐으로 설립되었다는 원주 ‘나눔의 집’의 출발은 그야말로 작은 것이었다. “일곱 가정으
로 시작했어요. 엄마가 소아마비에 걸려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힘든 가정이 있었는데 그 아이를 일주
일에 한 번 목욕시키고 교회에 데리고 와서 돌봐준 것이 성공회 나눔의 집에서 한 첫 사업이었죠.” 그
뒤, 가정결연 사업팀이 만들어져 독거노인들과 소년소녀 가장들,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반찬을 만들
어 갖다 주고, 아픈 분들을 돌봐 드리고, 생활환경 개선사업을 하면서 간간이 말벗이 되어 외롭고 소외
되어 왔던 분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뒤이어 주변의 도움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
한 방과 후 공부방인 햇살 공부방이 생겨났고, 기탁 받은 먹거리를 복지시설이나 개인에게 제공하는
푸드뱅크, 저소득 계층이나 고령자,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교육 등을 펼치는 희망 나눔
터와 여기에 속한 가사 도우미들을 결연 가정에 연결하여 도움을 주는 홈 핼퍼 사업 등을 하게 되었다. 풀밭에 펼쳐진 이야기 보따리 원주를 출발한 지 1시간이 넘어 다다른 춘천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최종 목적지인 화목원까지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화목원에 도착한 할머니들은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돗자리를 깔고 바리바리 싸온 음식을 펼쳐 놓자 모두들 왕성한 식욕을 보이며 맛나게 점심을 먹었
다. 식사 후에는 식물원을 둘러보고 풀밭에 누워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목원
의 꽃들이 많이 져서 꽃구경다운 꽃구경을 못했다는 것인데 그래도 할머니들은 그저 밖에 나온 것
만으로도 만족해하는 모습들이었다. “몇 년 만에 이렇게 나왔는지 몰라. 정말 좋네. 나눔의 집에 얼
마나 고마운지.... 우리 선생님들 정말 좋으신 분들이야. 또 얼마나 재미있는 분들인데....” 마흔 살이
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할머니들에게 콧소리를 내며 이야기하고, 장난치는 정 선생님은 딸 같
기도 하고, 가슴 한켠에 쌓아두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 보여도 괜찮은 편안한 친
구 같아 보이기도 했다. 여든이 넘어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은 아파서 멀리 요양 가 있는 아들과 봉평에 산다는 딸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흘렸다. 다른 할머니들도 저마다 딱딱해진 손과 발을
보이시며 젊어 고생한 이야기, 자식을 낳지 못해 할아버지 보내시고 혼자 사는 이야기, 장판이 망가
졌네, 대문이 쓰러졌네, 집수리할 곳이 많다며 한숨을 쉬는가 하면 모두 약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
신다며 어떻게 하면 많은 약들을 섞이지 않도록 관리하는지 서로의 노하우를 털어놓기도 했다. “마
음이 아파요. 사실 너무도 힘들게 아픈 상처를 갖고 사시는 분들이 많아요.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많
이 힘드신 상황이구요. 한데 재정이 한정돼 있어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지 못해 안타까워요.”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작은 공동체 할머니 다섯 분의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크게 주억이며 정성스레 귀담아 듣던 정 선생님
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전에는 동사무소나 보건소에서 추천해주는 가정을 찾아가 도움을 주었
는데 요즘은 도와달라고 찾아오는 분들도 많은 형편이라고. 실무자 6명 가운데 성공회 나눔의 집이
첫 사업을 할 때부터 함께해온 정 선생님은 처음엔 무신론자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웃의 소개로
성공회를 알게 되었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성공회의 뜻이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성공회 나눔의 집이 가정결연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신자들이 모두 맞벌이였어요. 직업이 없는 건,
저 혼자였는데 그래서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일을 제가 하게 되었죠. 지금은 자원봉사를 해주시
는 분이 여덟 명에 자활근로사업의 일환으로 저희 나눔의 집에 오셔서 반찬을 만들어 주시는 아주
머니 두 분이 더 있어서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하지만 결연 가정이 많아져서 엉덩이 붙이고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아쉽다고 말하는 정 선생님은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노
인들을 볼 때마다 이 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운 나들이를 뒤로 하고 시원한 바람을 가
르며 춘천 강변도로를 달리자 할아버지와 정이 돈독하다고 자랑하시는 할머니 한 분이 흥겨운 노
래 한 곡을 뽑아내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 안은 박수를 치고 따라 부르는 할머니들의 구성
진 가락으로 가득해졌다. ‘나눔의 집’은 자신을 낮추고 가난한 이웃을 사랑한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
가고자 실천하는 작은 공동체이다. 그래서인지 가진 것이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나눠줄 마음만은
풍성한, 그리고 그 마음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나누는 손길이 세
상을 따뜻하게 만든다는 그들의 믿음처럼 나누는 마음이 하나 둘 보태져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자료제공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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