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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고향으로 '유턴'한 도시계획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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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식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이사장은 18년간 서울에서 생활하다 고향 원주로 돌아와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는 로컬크리에이터다.
협동조합의 메카 원주. 시민 10%가 넘는 인구가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원주의 50년 협동역사는 무위당 장일순, 지학순 주교가 활동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는 의료, 상조,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이 연결망을 이루며 상부상조한다.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이하 스토리한마당)’은 그 속에서 원주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스토리한마당은 출판과 디자인 그리고 문화상품 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협동조합이자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지역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원주를 중심으로 한 강원 영서지역의 문화 가치를 기록·홍보한다. 신영식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방지역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데 작지만 소중한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고향"서 엔지니어→공무원→기업가로



스토리한마당은 '2018년 강원도 사회적경제 선도기업'에 선정됐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신 이사장에게 원주는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곳”이었다. 그는 도시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하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지만, 당시 집안 경제 사정과 주변 만류로 디자이너의 꿈은 내려놓아야 했다. 디자이너는 생소한 직업이었고, 미술계는 돈벌이가 어렵다는 편견 때문. 대신 디자인과 가장 비슷한 분야를 배울 수 있는 도시계획과를 선택해 서울 유학에 성공했다.

그렇게 시작한 서울 생활. 졸업 후에는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에서 도시계획가로 활동했다. 서울 영등포 권역의 개발계획과 상암지구 개발계획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도시계획분야에 'CAD(Computer Aided Design, 컴퓨터 지원설계)'와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정보시스템)'를 접목한 초장기 멤버다. 시민을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자존감도 높았지만,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신 이사장은 “대규모 개발논리에 누군가는 졸부가 되는데, 집안 대대로 살아온 터전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사람도 생겨 속상했다”고 말했다.

대도시에 사회인으로 살면서 서서히 고향 생각이 피어올랐다. 신 이사장은 “습득한 학문과 기술을 고향 원주에서 지역 주민을 위해 활용하고 싶다는 소망과 더불어 누가 이웃인지도 모르는 채 일에 얽매어 살아가는 대도시 삶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고 말했다. 마침 오크밸리 스키장을 건설하는데 도시계획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주시로 돌아갔다. 스키장 건설을 마무리할 쯤 원주시청이 새로 채용하는 도시계획 전문직에 뽑혔고, 그 뒤로 8년간 원주-여주 복선전철사업 등 지역발전을 위해 공무원으로 일했다.

향수를 느끼던 원주에 돌아와 사기업 프로젝트의 도시계획가로, 공무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가 종종 만나는 주민들은 ‘원주엔 갈 곳도 볼 것도 없다’며 대도시 중앙문화의 구경꾼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신 이사장은 건물을 짓고 회색빛 콘크리트를 넓히는 일보다 지역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고 알려서 지역주민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스토리한마당은 매달 진행하던 전체 회식을 3년 전부터 없앴다. 대신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월요 주간 회의 후 맛집 탐방을 다닌다.
그러다 어느 대학교를 지나다가 운명처럼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특별한 도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팀 모집’이라 적힌 현수막을 만났다.

“고장의 삶과 문화를 기록해 알리는 것,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 저는 이게 도시계획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역할을 이루기 위해 사표 쓰고 나왔죠.”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DSR) 시대...이야기 발굴해 지역에 긍정적 영향

스토리한마당은 2014년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창업팀으로 시작해 사회적경제의 길을 걷고 있다. 신 이사장을 포함해 3명으로 시작한 창업팀은 현재 9명의 출자 조합원으로 주인이자 직원인 근로자협동조합으로 자라왔다. 취재와 인터뷰를 전담하는 스토리텔링팀의 에디터 3명과 편집디자인 및 관광 상품 개발을 담당하는 디자인팀 디자이너 3명, 그리고 사진촬영과 행정업무를 맡고 있는 경영지원팀 3명이 있다.

신 이사장은 스토리한마당의 일을 “있는 그대로의 우리네 풍광과 일상을 글·그림·사진을 통해 지면에 옮겨 담아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금따는 마을 흥업이야기'란 마을역사책을 만들 때를 회상하며 “동네 어른들이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박물관 하나가 없어진다고 한다’는 걸 듣고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일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현재 38호 스토리그래픽이 제작 중이다.
사회적경제 월간매거진 ‘원주에 사는 즐거움 스토리그래픽’도 2016년 10월부터 발간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생명 사상이 동튼 곳이자 협동조합의 메카인 원주에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한 오프라인 매체가 없었다”며 “원주를 찾는 협동조합 산업 관광 인구가 연 1만 5천 명이 넘는데, 이 모든 활동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바구니가 필요했다”고 발간 계기를 밝혔다. 작년 초부터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와 공동제작 중이다. 지난 2년간 매거진에 실린 협동조합 관련 글을 모아 엮은 책 ‘원주에 사는 즐거움+’도 냈다. 원주의 협동 역사, 오사카 S생협과 지바현의 돌봄 사업에 관한 이야기 등을 담았다. 출판뿐 아니라 우편엽서 북, 마그넷 등 관광기념품도 만든다. 최근에 제작한 ‘무위당 만년 서화달력’은 ‘2019년 원주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무위당 만년 서화달력은 무위당 선생의 서화 작품과 글귀를 담았다.
신 이사장은 ‘DSR(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했다. DSR이란 Design’s Social Responsibility의 준말로,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 좋은 시각 효과를 넘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스토리한마당이 추구하는 DSR은 “단순한 제품디자인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담은 디자인과 스토리, 성과와 혁신을 넘어 공존의 가치를 담은 디자인과 스토리”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흑자경영을 실현해 가고 있는 스토리한마당. 신 이사장은 “어서 빨리 안정적인 운영구조로 전환해서 대출금도 갚고 조합원들에게 상여금도 주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이어 그는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 내 청년들의 재능을 담을 온·오프라인 청년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며 “다양한 청년일자리와 다채로운 지역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원주를 대표하는 진정한 사회적 문화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진. 스토리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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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로운넷(http://www.ero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