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5-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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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원주_제로웨이스트숍.jpg | 조회수 | 888 |
가치소비의 시대 - 원주 제로웨이스트숍 ‘에르마나스 이너피스’- 불변의 시대정신이라는 건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7, 80년대는 그야말로 반독재, 민주화의 시대였다. 함께 싸울 대상이 있었고 고난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지켜야할 가치 가 있었다. 세기말로 접어들면서 이른바 ‘운동’은 평균 이상 정의로운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혼돈의 정체기를 지나 2000년대에는 웰빙(well-being), ‘참살이’라는 애매하 게 쾌적한 느낌의 말들이 세간에 흘러넘쳤다. 그리고 이제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의 준말), YOLO(You Only Live Once의 준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같은 보다 개별화된 삶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마저도 철지난 유행어 취급을 받은 지 오래다. 최근의 시대정신은 확실히 이념 실현보다는 생활양식에 가깝다. 코로나19라는 어둡고 끝 모를 터널을 지나며 사람들은 무료한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래서 나 타난 현상이 헌 물건을 버리고 새 물건을 구입하는 데서 기쁨을 획득하는 ‘바이바이 센 세이션(Bye buy sensation)’이다. 하지만 작용에는 언제나 반작용이 있다. 여전히 마구 사고 쉽게 버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외침 또한 확산 중이다. 제로웨이스트(Zero-waste)는 말 그대로 쓰레기를 ‘0’으로 만들자는 취지의 캠페인이 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고 무엇이든 최대한 재 사용해 소각, 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가격이 조금 더 나가 더라도 환경에 덜 해로운 제품들을 찾아 쓰는 ‘가치 소비’를 추구한다. 가치 소비를 하려 해도,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면 가까운 곳부터 눈을 돌려 보는 건 어떨까? 원주 유일의 제로웨이스트숍 ‘에르마나스 이너피스’의 윤소라 대표를 만 나 쓰레기 만들지 않는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에르마나스(Hermanas)’는 스페인어로 자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원래는 친언니 와 함께 운영을 하던 천연 밀랍초 공방이었어요. 2020년 2월에 제로웨이스트 숍으로 바뀌면서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이너피스(in a peace)’를 덧붙였습니다. 초 공방 으로 운영하던 당시에도 상업적으로 이익을 내고자한 건 아니었어요. 초를 만드는 것이 취미였는데 부업으로 시작을 했던 거죠. 그렇게 운영을 하다가, 공방 한편에다 공 간을 마련해서 친환경 세제 소분 판매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점점 확장을 하게 된 거예요.
오래 전 초등학생 무렵, 우연히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이 영상을 접한 뒤로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핀셋으로 빨대를 꺼내자 바다거북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충격이 컸었죠. 이후로는 되도록 빨대를 쓰지 않으 려 노력했어요. 저희 로고의 모양이 북극곰, 돌고래, 거북이에요. 기후변화로 가장 피 해를 많이 입는 동물들을 상징화 해봤어요.
친환경 제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유리, 스테인리스 등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의 빨대를 비롯해서,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삼베 수세미나 식물 수세미를 판매하고 있고요. 샴푸바, 린스바, 바디바, 설거지용 비누를 비롯해서 비닐랩을 대체할 수 있는 밀랍랩이라든가 고체치약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 고요. 친환경 세탁세제의 경우에는 기존에 사용하고 계신 용기나 다 쓴 플라스틱 용기 를 가져오시면 원하시는 양만큼 채워 구매하실 수 있어요.
이제 진짜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해요. 아직 우리는 체감하지 못하는데도 말이죠. 다음 세대에는 정말 이 지구라는 곳에서 살 수 없을 확률이 높아졌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건 확실해요. 코로나19도 기후위기 때문에 발생한 병이라 는 얘기가 있어요. 기온이 오르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바뀌고 인간의 생활반경과 겹치는 지역이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없던 질병들이 교차 감염된다는 거예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제로웨이스트,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 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일찍부터 혼자 실천을 하시던 분들이 보다 활발히 활동하시기도 하고 예전에 비해 참여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거고요. 코로 나19 상황이 끝나고도 이런 흐름이 지속이 될지 아니면 ‘반짝’하고 끝나버릴지는 지 켜봐야 되겠지요.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는 실천하기 정말 어렵죠. 그래서 요즘엔 제로웨이스트는 커다 란 실천의 틀로 보고 레스 웨이스트(less-waste)라고 해서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살 아보자는 분들도 많아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각국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많이 말하는데, 아직은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 계다 보니까 소비자 개인의 실천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친환경, 유기농이니까 비싼 가격을 매겨 유통하는 걸로 사이클이 만들어지는 상황 같아요. 그런데 원재료가 비싸 고 유기농이다보니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생산원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기도 해요. 그런 유통의 흐름에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지금 시대에는 큰 변화를 못 볼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지 금까지 너무나 많은 쓰레기가 배출됐잖아요. 플라스틱은 썩는데 수백 년이 걸리니까 요. 지금 인류가 노력을 해도 그 결과는 아주 나중에야 확인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 까 지금부터 줄여나가면 예전만큼 돌리지는 못해도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늦출 순 있을 거예요.
제일 쉬운 방법은 ‘거절하기’예요. 요즘엔 사람들이 거의 매일 카페에 가잖아요. 하루 에 빨대 하나씩만 거절해도 일 년에 삼백 개 이상을 절약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영 수증이나 비닐봉투도 거절할 수 있어요. ‘용기내(음식 등을 가게에서 포장할 때 집에 서 가져온 용기에 가져가자는 캠페인)’보다 훨씬 쉽죠. 또 하나는 불편함을 감수하면 돼요. 어릴 때 양치하기 정말 싫었지만 습관이 되고 나면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텀블 러나 다회용 빨대를 닦는 것도 습관처럼 생각하면 어렵지 않아요. Q 결국 ‘제로웨이스트’는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자는 운동인데, 이전과 비교 해서 대표님의 일상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저도 완벽하게 실천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변화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공부도 틈틈이 하고 노력을 하는 부분이 있죠. 급할 땐 편리한 걸 찾게 되는 게 사실이에요. 저는 아기가 있다 보니 조금 더 그렇게 돼요. 그리고 가끔씩은 가족, 친구와 같은 주 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어렵더라고요. 이제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 이 숙제하라고 하면 기분이 나쁘잖아요.(웃음) 그리고 종종 ‘유난을 떤다’는 말을 들 을 때도 있어요. 물론 한 귀로 흘리면 되는데, 간혹 행위 자체가 부정적으로 인식될까 봐 조심스러우면서 안타까워요. 그래도 도전은 계속해야죠. 배우자에게 선택권을 주 고 있어요. 샴푸바라든지 제가 쓰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요. 옆에서 쓰면 한 번쯤 써보 고 싶잖아요. 어필하면서도 한편으론 불편하게 느끼지 않도록 샴푸를 사용하되, 리필 로 구매해서 쓰도록 하고 있어요.
요즘에 키트 음식 많이 나오잖아요. 비닐포장에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일반쓰레기로 배출 해야해요. 그래서 완벽하진 않더라도 내용물이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는 세척해 서 내놔야해요. 그런 맥락에서 일반쓰레기로 배출이 되어야 하는 품목들이 몇 있어 요. 많은 분들이 배달 치킨 박스를 종이로 배출하잖아요. 기름이 묻어있어서 일반쓰 레기로 배출해야 해요. 이번에 분리배출 표기가 세분화되었어요. 편리하다고 생각하 는 분들도 있지만 반면에 어렵다고 느끼는 분도 있어서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 아요. 생분해비닐이라고는 해도 분해가 될 수 있는 온도와 습도가 다 맞아야 하고. 그 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쓰레기인 건 마찬가지인 셈이거든요. 소비자가 원하는 속 도에 기업도 맞추기 어려울 거예요. 멀리 보면 시도 자체로 긍정적으로 봐야죠. 최근 에 비건 제품들도 많이 출시가 되고 있으니, 계속해서 이런 긍정적인 시도들이 이어 질거라고 봐요. Q 제로웨이스트 관련 추천 도서가 있다면? <오늘 조금 바꿉니다>라는 책이에요. 생활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직관적인 방법들이 담겨 있어요. 아주 쉽게 읽힙니다. 가볍게 읽기 좋아서 부담이 없 어요. 투지가 생긴다고나 할까요? 저도 의지가 꺾일 때마다 틈나는대로 곁에 두고 읽 는 책이에요.
단순해졌으면 좋겠어요. 하루에 유입되는 정보도 많고 그에 따라 처리해야하는 일 도 많죠. 그러다보니 쓰레기도 많고요. 일이 끝나질 않아요. 가끔은 세상이 다 초기 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스몰 인테리어, 미니멀라이프, 스로우 라이프 같은 최근의 트 렌드를 보면 사람들이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것 같아요. 간소한 생활에 답이 있지 않 나 생각합니다. 취재·글 황진영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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