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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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멀리_있는_비극_.jpg | 조회수 | 1,193 |
멀리 있는 비극 이대로 종말인가 싶을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시시각각 비극적인 소식들이 전해진다. TV 켜기가 두 려울 정도다. 특히나 괴로운 건 아프가니스탄 발 뉴스다. 누군가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서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평생 눈만 내놓은 채 살아야 하고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공포에 떨어야 하며 배울 나이가 되었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된 누군가의 삶 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구 반대편의 나로서는 그들의 심경 을 짐작만 할 뿐이다. 정말이지 무력하기 짝이 없다. 미약하게나마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경로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이런 저런 내용을 훑어보다 보니, 미국 정부가 아프간 난민들을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의 미군기지에 수용하는 방안 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눈에 띄었다. 그런가하면 인접국들이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일찍이 시리아 난민들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후 큰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몸 사리 는 여론을 누군들 비난할 자격이 있겠는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슬픔이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 렇다면 아프가니스탄의 가엾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가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단 말이지? 반갑게도 얼마 전, 우리나라에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총 390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입국했다. 그 가운데 200명에 가까운 수가 어린이다. 이들을 카불공항으로부터 안전하게 수송하는 작전의 이 름은 ‘미라클’이었다. 문득 탈출보다도 ‘단일민족’이 큰 자랑거리인 타향에서 이방인 신분으로 무사 히 정착하는 일이 좀 더 기적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지난날을 떠올려보 자면 굳이 손해를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한해, 나는 정의로웠다. 부당한 일을 당한 친구와 함 께 싸우기 보다는 하나마나한 위로만 했고 시비를 따지기에 애매모호한 일에는 말을 보태지 않았 다. 명백한 방어다. 나는 대체로 유약하고 비겁하다. 창피하게도 말이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김수영 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를 읽는다.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 절정 위에는 서 있 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 이라고 알고 있다!’ 이 대목에 이르면 언제나 얼굴이 화끈거린다. 여전히 나는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래도 언젠가 난민 수용을 결사반대하는 사람을 만날 일이 생긴다면 설득의 말 한 마디 정도는 던져볼 결심을 해본다. 넌지시, 손해 보지 않는 선 안에서. 글 황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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