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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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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운전을 시작한지 세 달차에 접어든다. 이제 어느 정도 핸들 잡는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남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겠지만 처음에는 악셀과 브레이크 위치도 긴가민가했다. 그 뿐인가. 직진 신호에 좌회전을 시도하다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적도 있었다. 길 한복판에서 영문도 모른 채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난 뒤, 그대로 차를 두고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이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의사를 표시하기에 비상깜빡이만한 게 없다는 조언은 왜 꼭 집에 도착하고서야 떠오르는 걸까.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겁쟁이인 까닭에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더구나 유투브 검색과 대여섯 시간의 운전연수 정도로 가볍게 획득했던 물면허 소지자로서, 감히 나 따위가 이대로 데뷔를 해도 되는 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차가 필요했다. 더 이상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더위에 벌건 얼굴로 뜀박질하기 싫었고 한창 물오른 모임 분위기를 뒤로하고 저녁 막차를 타러 나오기 싫었으며 노선이 닿지 않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싶지 않았다.
망설이는 내게 모두들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는 말을 건넸다. 너무 겁먹지 말라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사실이었다. 핸들은 저절로 춤추는 요물이 아니었으며 브레이크는 밟으면 잘 멈췄다. 빨간불일 때는 가면 안 되고 (큰일 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누가 뭐라 하던 규정속도를 지키면 그만이었다. 사는 동안 성악설을 굳건히 믿어왔던 내게 도로는 또 다른 배움의 터전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착하다. 물론 아닌 경우도 많았지만 말이다.
운전숙련자들께서 혹시 이 글을 읽으신다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다.
앞에서 속도를 내지 못해도 너무 뒤에 바짝 붙지 말아주시길. 초보운전자가 동체시력의 한계를 극복하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일 테니. 가끔 사이드미러를 접고 다니거나 캄캄한 밤 홀로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를 보신다면 번거롭더라도 알려주시길. 초보운전자는 자기 차의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을 테니. 무엇보다 부디 자비로운 마음으로 올챙이 시절을 떠올려주시길.
호기롭게 재미를 운운했으나 여전히 못 견디게 불안하다. 시동을 걸 때마다 지난 밤 무심코 보고 말았던 각종 블랙박스 영상들이 자동 재생된다.
불운하기 짝이 없는 상상을 무한반복 하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곤 한다. 인생은 전체적으로 고행이고 운전은 그 가운데 가장 위험한 훈련이라 여기며 오늘도 나는 도로로 나선다. 굽어 살피소서. 오늘도 무사히.

 글 황진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