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1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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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한순화_10통_통장.jpg | 조회수 | 3,088 |
“공동체 활성화로 지역이 다시 살아나길 희망하죠”
1973년의 우산동 주민들은 농업이 주 경제활동이었다. 그때만 해도 진흙이 많아서 장화가 필수였던 시절이었다. ‘남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사람들은 순박했고 동 지역이었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듬해인 1974년 상지대학교가 들어서고, 1973년 개장한 시외버스터미널이 자리를 잡으면서 주민들 삶의 형태도 바뀌었다. 반듯한 주택단지가 생겼고, 골목마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왁자지껄 소리가 즐거운 곳이었다. 하숙을 치는 집들이 많았고 드물게 월세를 놓는 집도 있었다. 한 순화 우산동 10통 통장이 기억하는 우산동이다.
농촌 마을에서 원주의 중심부로 부상 한 통장은 스물세 살이던 1973년 횡성에서 이사를 나오며 우산동과 인연을 맺었다. 1974년 결혼을 하면서 남편의 근무지인 서울로 떠났고 이후 1983년 우산동으로 돌아왔다. 한 통장은 1973년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는 정말 농촌 마을 같았다고 추억했다. “주민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었어요. 그런데 상지대학교가 설립되고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변하기 시작했죠. 네 모 반듯한 주택들이 들어섰고 주민들은 하숙생을 받았어요. 농사를 짓던 주민들이 하숙비와 월세를 받으면서 삶의 형태나 의식도 많이 변했지요. 물론 시외·고속버스터미널도 우산동 상권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어요.” 한 통장이 서울에서 돌아왔을 때 우산동은 전혀 다른 곳으로 변해 있었다.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건물도 많아지고 사람들도 넘쳐났다. 정말 살만한 곳이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우산동이 굉장했어요. 학생들도 많고, 주민들도 집을 지어 월세를 놓거나 하숙을 해서 경제적으로도 살만했지요. 거리도 활력이 넘쳤고, 터미널 주변은 호황을 이루던 시기였어요.”
터미널 이전으로 지역 경제 직격탄 우산동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단계동으로 이전하면서부터다. 상지대학교도 안정화되지 못하고 내·외부에 늘 흔들렸다. 수도권과 대학을 연결하는 통학버스가 늘어나면서 원룸 공실도 점점 늘어났다. “터미널 이전은 우산동에 직격탄이었어요. 우산동 상권과 지역 경제를 생각했다면 터미널 이전에 따른 대체 산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요. 북부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터미널을 하나 더 만드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원주시 인구가 35만여 명이니 가능할 것 같아요. 상지대 통학버스와 기숙사 건립 계획에 대해서는 주민들과 대학이 만나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상지대학교 총장님을 비롯해 관계자분들이 주민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어요. 지속적으로 만나서 소통하고 교류하다 보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죠.”
상지대학교와 우산동의 상생 절실 한 통장은 무엇보다 상지대학교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관계가 우산동 지역을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주민들과 상관없이 축제를 했어요. 주민과 학생이 함께 호흡하는 마당이 못되었죠. 우리 세대에게 학생들은 벌써 손자 격이잖아요. 서로가 생각하는 눈높이가 틀리기 때문에 맞추기 힘들었지만, 지금이라도 축제 속에서 함께 만났으면 해요. 지역의 주민들은 젊은 학생들의 뜻이 뭐고, 지금 살아가는데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가고, 학생들도 우리 아날로그 세대 사람들이 현 시대에 요구하고, 지 키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할 것 아닙니까? 이런 소통의 기회를 자주 갖다 보면 주민은 학생에 대한 애정이, 학생들은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생길 것 같아요. 많이 벌어진 세대 차이를 어떻게 좁혀나갈지 가 관건 같아요.” 한 통장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희망적이기 위해 공동체 활성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구봉 둘레길 걷기 대회나 한마음체육대회, 척사 대회 등 지역에 많은 행사가 있지만 좀 더 주민들이 공동체라고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우산동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축제도 있었으면 좋겠고요. 최근에는 옛 터미널 부지에 사회적 경제 혁신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원주시가 추진 중이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원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글 이지은 사진 원춘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