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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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조회수 | 743 |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징구> 이디스 워튼 · 을유문화사 2021 여러 명이 앉아 각자가 써온 원고를 가지고 코멘트 하는 시간이었다. 어떤 이가 쓴 원고에 ‘젠체하다’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읽는 사람들이 ‘젠체하다’라는 표현을 잘 모를 수도 있어서 다른 말로 대체하면 어떨까요?” 그때까 지 나는 그 어휘의 뜻을 잘 몰랐다. 어휘의 뜻을 대놓고 물어보기가 어쩐지 부끄러워 그런 식으로 에둘러 코멘트 를 처리했는데, 누군가가 말했다. “‘젠체하다’는 표현 많이 쓰이지 않나요? 고등학생 때도 배운 것 같은데?” 누구 나 다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한 것이 들킨 것 같아 낯 뜨거워졌다. 1911년에 이디 스 워튼이 발표한 《징구》에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진다. 상류층 여성 독서 토론 모임인 ‘런치 클럽’에서 「죽음의 날개」를 쓴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연다. 거만한 태도로 행사장에 나타난 작가와 어떻게든 자신이 아는 것을 내 보이고 싶은 회원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이때, 클럽에서 “자격 미달로 공공연히” 찍힌 로비 부인이 “징구 였죠?”라는 한 마디를 던진다. 작가를 비롯해 회원 여섯 명이 그녀가 던진 ‘징구’에 관해 한 마디씩 보태기 시작 한다. 그러나 작가를 포함한 나머지 여섯 명은 ‘징구’를 잘 모른다. 무지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징구’에 관해 아는 척할 뿐이다. 이들과 달리 로비 부인은 이전 모임에서 이미 무지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회원들은 그런 그 녀를 두고 ‘지적 훈련 시간’에 걸맞지 않은 인물이라 여겼다. 정작 회원들은 “그래서 「죽음의 날개」는 어떻게 생 각하나요?”라는 로비 부인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고 “책을 읽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더 기대해야 하는지” 도 몰랐다. 이들에게 책은 그저 “자신의 앞선 위치를 알 수 있는” 도구에 불과했다. 화두를 던지고 로비 부인은 다 음 약속이 있다며 먼저 일어난다. 남은 자들은 백과사전을 꺼내 ‘징구’의 뜻을 찾아보고 아연실색한다. ‘젠체하다’ 의미를 정확히 모르면서 “읽는 사람들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내뱉은 나나 ‘징구’를 모르면서 “건너뛰는 일은 없다”거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경우가 있다”라고 떠드는 회원들은 무지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디 스 워튼이 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무지를 벗어나려면 무지를 받아들여. 젠체하는 것은 넣어두고.” 글 이지은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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