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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돈사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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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면 정산리 현계산 기슭의 작은 골짜기를 끼고 펼쳐진 약
7,500여 평의 절터로 거돈사가 있던 곳이다. 거돈사지(사적 제168)는 현재 남아있는 3층 석탑(보물 제750)으로 보아 신라시대에 처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웅장한 옛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터와 석탑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 깨우침을 얻다라는 거돈의 뜻을 살펴볼 때 학자와 도승들이 이곳에서 수양하며 깨우침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시티투어는 부론면 정산리 산골짜기에 있는 폐사지, 거돈사지에 다다른다. 거돈사지는 신라시대에 창건하여 고려 초기에 대찰로 번성한 거돈사의 절터이다. 이 절이 언제 없어졌는지 확실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고 전한다. 절집은 무너져서 흔적이 없고, 주춧돌과 터만 남아있지만 넓은 절터의 규모에 압도당해 입이 벌어질 정도다. 집채만치 큰 돌담과 축대를 뚫고 나온 거대한 느티나무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절 마당으로 향하는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서면 눈앞에 7,500여 평의 넓은 절터가 펼쳐진다. 숨이 탁 트이면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넓은 절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절터 한가운데 있는 금당지이다. 금당지에는 본래 20여 칸의 대법당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전면 6, 측면 5줄의 초석이 보존되어 있고 중앙에 화강석 불좌대가 있다.

 

금당지 전면에는 보물 제750호로 지정된 삼층석탑이 우뚝 서 있다. 금당지에서 고개를 돌리면 절터 맨 위쪽에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원공국사 승묘탑(보물 제190)이 보인다. 이 탑은 부도탑으로 고려시대 초기의 고승 원공국사의 사리를 봉안한 승탑이다. 하지만 이 탑은 진짜 부도탑을 재현한 모조 탑이다. 진짜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도난당했다가 되찾아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위치해 있다. 천년 세월의 흔적을 재현 탑이 대신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쓸쓸해진다. 절 뒤편 동남쪽 모서리에는 돌 거북이 높은 비석을 지고 있는 원공국사승묘탑비(보물 78)가 보인다. 비신은 가늘어 날씬한 편인데, 받침대와 지붕돌은 꽤 큰 편이어서 안정감을 주며 조각 기법도 매우 치밀하다. 돌 거북의 머리는 거북이 아니라 양의 머리처럼 조각한 것이 특이하다. 목을 바짝 세우고 입을 꽉 다물어 부드러우면서도 야무진 느낌을 준다. 원공국사 승묘탑 자리에서 절터를 내려다보면 거돈사 터의 아름다움에 다시금 탄성을 지르게 된다. 해발 535미터 현계산에서 흘러내려온 낮은 야산이 병풍처럼 절터를 감싸안고, 절 마당은 하늘을 향해 넓게 열려 있다. 시원스러우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다. 거돈사지는 지금은 절도 스님도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적막한 빈터지만, 이곳에 서면 온갖 상념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마음이 넓게 열린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마음이 울적하거든 폐사지로 떠나라고 권했나 보다.

. 김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