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갤러리


푸르고 푸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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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법 가을이 깊이 영글었다. 청명한 가을 햇볕 받으며 우리 산하를 함께 거닐자. 가을의 쓸쓸함과 아픔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사실로 깊이 안도된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마음의 여유만 챙기면 그만이다. 떠날 채비를 하는 세상의 모든 가을이 품안으로 흘러들어온다. 원주의 가을은 푸르고 푸르다.

 

성황림城隍林

성황림城隍林은 치악산 성황신城隍神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던 서낭당이 있는 숲이다. 신이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준다는 믿음에서 연유해 마을 이름도 신이 깃든 숲이란 뜻으로 신림神林이라 하였다. 1961년에 천연기념물 93호로 지정된 성황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대활엽수림으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고, 우리 조상들의 과거 종교관을 알 수 있는 민속자료로서의 기능도 뛰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훼손을 막기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매년 음력 47일과 99일 성황제를 개최하는 기간에는 특별 개방된다.

투어버스에서 내려 치악산으로 둘러싸인 초목을 따라 걷다보면 마을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숲인 성황림이 나온다. 성황림은 신이 살고 있다고 믿어지는 숲으로 이에 연유하여 마을 이름도 신림神林이라 하였다고 한다. 이곳에 오면 자연의 푸른 기운이 몸 안에 스미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초목을 스치는 바람소리, 물소리에 귀가 열린다. 숲길이 끝나는 곳엔 아름드리나무가 호위한 가운데 당집이 보이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신목이 금줄을 두르고 우뚝 서 있다. 숲 양쪽에는 작은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식물의 생활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성황림은 마을 사람들이 온갖 정성을 다하여 지켜낸 숲으로, 치악산의 서낭신을 이곳에 모셔 100여 년 동안 제사를 지내면서 숲을 보호해 왔다. 매년 음력 47일과 99일 자정에 성황당 옆에 서있는 커다란 전나무 앞에서 성대한 제사를 지낸다. 제주는 상을 당하지 않고 궂은 일이 없는 사람으로 정해지며, 마을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였다. 성황림의 면적은 대략 5에 달하고 있으며 각시괴불나무, 들메나무, 으름덩굴 등 중부 온대지역을 대표하는 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의 가치는 신단수의 원형을 엿볼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서낭목과 함께 숲 전체가 숭배의 대상으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황림은 평지에서 볼 수 있는 드문 활엽수림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평소에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고 학술 연구 목적으로만 개방하고 있지만, 성황제를 개최하는 기간에는 특별히 열어놓고 있다고 하니 성황림의 신령한 기운을 느끼고 싶은 사람은 이 기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성황림 안으로 발을 딛는 순간 자연과 함께 살며 삶을 단순하게 꾸리라고 독려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오래된 신비의 숲속에서 치유를 느꼈다면 또 다른 신성神聖을 만날 수 있는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용소막성당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된 용소막성당은 강원도 내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성당이다. 처음 공소로 있을 때에는 초가였다가 시잘레 신부에 의해 현재의 벽돌건물로 건립되었다. 성당건물은 고딕양식을 변형시킨 작고 소박한 벽돌성당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성당 외부에는 150년이 넘은 느티나무 다섯 그루가 성당을 수호하듯 늘어서 있다. 성당이 자리한 용소막 마을은 지형지세가 용의 형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성당자리가 용의 발부분에 해당되며 그 뒷산이 용의 머리형상을 하고 있어 용소막이라고 불린다고 전해진다.

특별한 사색 여행의 마지막 장소는 천주교의 성지, 용소막 성당이다. 지리적으로는 신림면 용암리의 넓은 벌판을 굽어보는 최고의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산세로 둘러싸여 있어 마음을 비우고 싶을 때 찾아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성당은 소규모 벽돌 성당의 무난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종교개혁 이후 변형된 고딕 양식의 건축으로 좁고 높은 첨탑이 인상적이다. 풍수원성당과 원주성당에 이어 강원도 내에서 세 번째로 건립된 성당으로, 초기에 공소로 있을 때에는 초가였으나 프랑스인 시잘레Chzallet 신부에 의해 현재의 벽돌로 지어졌다. 시잘레 신부는 신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성당 건축을 시작하여 1년여 만인 1915년 가을에 건평 100평의 벽돌조 양옥 성당을 완공했다.

이후 1986523, 강원도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일본군에 의해 종이 공출되고 한국전쟁 때는 공산군이 창고로 사용하는 등 갖가지 수난을 겪기도 했다. 성당은 아담한 벽돌로 쌓아올린 전통 양옥식 건물로 다른 성당보다 지붕이 가파르다. 문고리에서부터 벽면까지 성당 전체가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 붉은 벽체와 회색 버팀목의 오묘한 조화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느낌이다. 성당 바깥에는 큰 고목이 자리 잡고 있어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성당의 모습이 더욱 운치 있어 보인다. 신발을 벗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고요한 본당에 스테인글라스를 통과한 빛의 산란이 성스러움을 더해준다. 특히 반원형아치 형태의 창이 회색벽돌과 어우러져 경건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성당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손꼽히는 성경학자 선완종 신부(1915~1976)의 기념관이 있어 이곳에 상주하는 수녀님께 성서 번역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투어를 마치고 신림면을 나오면서 일상사에 찌들어 복잡했던 마음이 정화됨을 느꼈다. 영혼 깊숙한 휴식을 원한다면 신림이 간직한 자연의 포근함 속에 온전히 자신을 맡겨 보는 건 어떨까. 산천초목의 아름다움과 신성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신림면의 애칭을 쉼표로 정해본다.

. 김예은 사진. 변상권/박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