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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톺아보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12-21
첨부파일 개운동_정병사와_김공선정지비.jpg 조회수 724

개운동 정병사와 김공선정지비

 


도깨비는 친숙하다. (적어도 생존하는 사람 중에서는) 누구도 실물을 확인한 바 없지만 어쩐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오래된 물건에 신묘한 정기가 깃들면 도깨비가 된다고도 한다. 미지의 영역에 있기에 두려움의 대상일 법도 하지만, 되려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초자연적 존재치고는 어리숙하고 유쾌하다. 그래서인지 옛 이야기는 물론 드라마, 소설과 같은 미디어에서 소비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귀신과는 사뭇 다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 원주에는 도깨비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있었다. 개운동 소재 한 신축아파트 부지 안에 보존된 ‘김공선정지비’가 그 증거다. 김공선정지비(金公善政之碑)는 말 그대로 김공의 선정을 기리는 비석이다.

‘구만이’라는 작은 마을에 정기원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살았다. 기이하게도 어느 날부턴가 기원의 앞에 도깨비가 나타나 군인을 지휘하는 병마절도사라는 관직명을 붙여 그를 ‘정병사’라 부르기 시작했다. 기원은 어려서부터 힘이 세고 담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도깨비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커서 병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기원은 금강산에서 우연히 한 도사를 만났다. 기원에게 도깨비 이야기를 전해들은 도사는 항상 비수를 품고 다니라고 조언하며 수련법을 알려주었다. 오랜 시간 무술 단련을 마치고 금강산에서 하산하는 기원의 앞에 또 다시 도깨비가 나타났다. 도깨비는 기원에게 절을 하며 “병사님 이제 오십니까?”하면서 이번에는 자신을 ‘김공’이라 소개했다.
서울로 올라온 정병사는 제주도 목사로 임명됐다. 그 무렵 제주 목사는 부임만 하면 하룻밤을 지내지 못하고 죽곤 해, 모두가 꺼리는 자리였다. 아닌 게 아니라 기원이 목사로 부임 한 날, 자시가 지나자 귀신들이 나타나 그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기원은 도사가 당부했던 대로 늘 품고 있던 비수로 달려드는 귀신의우두머리를 쓰러트렸다. 그의 활약은 이윽고 조정에 알려져 어릴 때 도깨비의 말대로 기원은 병마절도사에 임명되었다. 기원은 말년에 이르러 고향에 돌아와 궁만이에 도깨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선정비를 세웠다.

김공선정지비를 본 뒤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면 흥업면 매지3리에 있는 도깨비 도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분명히 시야엔 오르막인데 실제로는 내리막길이다. 인근에는 박경리 선생이 후배 문인들을 지원하던 토지문학관과 걷기에 더 없이 좋은 매지임도가 있어 여행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글 황진영 지역문화콘텐츠협동조합 스토리한마당